″``°☆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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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낙화시절**
낙화시절 ◇서정춘◇ 누군가가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문밖 세상 나온 기념으로 사진이나 한 방 찍고 가자 해 사진을 찍다가 끽다거를 생각했다 그 순간의 빈틈에 카메라의 셔터가 터지고 나도 터진다 빈몸 터진다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
2020.04.14 -
**[이 아침의 시] 아침에**
아침에 ―유진목(1981~) 만두를 먹었다 나는 아침에 만두를 먹는 걸로 몇 차례 핀잔을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에 만두를 먹지 않는다 나의 꿈은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요 하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만두가 식기 전에 마저 먹었다 시집 《연애의 책》(삼인) 中 .................................
2020.04.14 -
**[이 아침의 시] '작은 나무'가 달려왔다**
'작은 나무'가 달려왔다 ㅡ이영식(1956~) 네 살배기 꼬마가 달려왔다 엉거주춤 엎드려 받아 안은 내 품으로 함박꽃 한 다발이 뛰어들었다 함박웃음은 혼자 달려온 게 아니었다 손에 들린 바람개비가 딸려왔다 종종걸음 꽁지에 천사어린이집이 딸려왔다 빈 도시락이 딸랑거리며 딸려왔다 ..
2020.04.08 -
**[이 아침의 시] 내일의 길**
내일의 길 ㅡ김남조 분간 못 할 깊은 곳입니다 태풍 같은 힘이 휘감아 당깁니다 집들이 성냥처럼 포개져 있고 누구를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고통의 칡넝쿨에 감겨 아픈 사람뿐입니다 의사도 몸이 아픕니다 하면 다른 곳으로 가 보렵니다 어디엔가 불 밝힌 집이 있겠지요 못 찾으면 초..
2020.04.05 -
**[이 아침의 시] 구름**
구 름 ㅡ김참 (1973~) 내가 꽃향기 맡으며 계단을 내려갈 때 뒷산을 넘어가던, 구름, 내가 달리는 기차 타고 검은 터널 빠져나올 때 포도밭 위에 떠 있던, 구름, 내가 수초 사이 작은 물고기 구경할 때 저수지 잔물결 위에서 출렁이던, 구름, 내가 참외밭을 지날 때 강 건너 산자락에 걸려 있..
2020.03.30 -
**[이 아침의 시] 산앵두나무와의 가위 바위 보**
산앵두나무와의 가위 바위 보 ㅡ심재휘 동네 입구 꽃집 구석에는 잔가지들을 함부로 거느린 나무가 있어서 글로 프로 부스트모드 오고 가는 길에 볼품없더니 산앵두나무란다 산을 버리고 꽃집 구석의 화분에 발목도 없이 웅크리고 앉아 제 몸을 파는 산앵두나무 한철 노숙을 제 얼굴에 ..
2020.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