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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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이경희-풍지초**
풍지초 ◈이경희◈ 이 땅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린 풀들은 안다. 갑작스레, 뜻밖에, 느닷없이 불쑥 휘몰아치는 광풍은 없다. 대지의 숨구멍마다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그 밑바닥, 썩은 구더기 배후에 구더기 구정물 뒤에 오물이 차곡차곡 영글어 부패한 벌레를 퍼뜨리는 광풍..
2016.11.21 -
**[국제시단]조찬섭-숲**
숲 ◈조찬섭◈ 산 중턱 감고 돌아 실핏줄로 누비고 간 숲속길 그 싱그런 바닷속을 걸어가면 촘촘한 솔잎 사이로 그물 햇살 내린다 걷다가 돌아보면 내가 온 길 떠오른다 헛발길 얼룩지고 급커브로 휘청했던 잠잠히 눈감아 보면 어둠 속에 흐르는 강 언젠가 맞닥뜨릴 내 길 끝의 정지 신호..
2016.11.14 -
**[가슴의 시]정동철-웃는 돌**
웃는 돌 ◈정동철◈ 돌이 골똘한 생각에 잠겼다 힘껏 부딪치면 열릴지도 모르겠다 퇴적층이 없으니 세월을 안다고 할 수도 없다 오래 전에 귓속으로 들어간 나비가 반쯤 웃고 있다 부드러운 살갗이 있던 자리 귀를 대고 들어보니 바람도 애벌레처럼 웃고 있다 반쯤 눈을 감고 세상을 보..
2016.11.14 -
**[아침의 시]노향림-가난한 가을**
가난한 가을 ◈노향림◈ 가난한 새들은 더 추운 겨울로 가기 위해 배고픔을 먼저 새끼들에게 가르친다. 제 품 속에 품고 날마다 물어다 주던 먹이를 끊고 대신 하늘을 나는 연습을 시킨다. 누렇게 풀들이 마른 고수부지엔 연습에 지친 새떼 군단들이 오종종 모여들고 머뭇대며 어미를 찾..
2016.11.12 -
**[가슴의 시]신달자-나도 마른다**
나도 마른다 ◈신달자◈ 붉은 고추 널어놓은 옆집 한옥 마당에 나도 누워 뒹굴면 온몸 배어나는 설움 마를까 그러려무나 물기 완전 날아가고 빈 젖 같은 마른 씨 안고 있는 화형 직전의 고추같이 바다를 제 몸 안으로 거둬들였음에도 바짝 마른 멸치같이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
2016.11.08 -
**[국제시단]손무경-사랑**
♡사 랑♡ ◈손무경◈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려 왔습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꿈꾸어 왔습니다 아마도 끝나지 않을 내 작은 노래일 것입니다. 한곳에 정박하지도 서둘러 가지도 않을 그릴 수 없는 빛의 유영(琉泳) 늘 그리운 섬 섬이었어 아마도 끝나지 않을 내 작은 노래일 것입니다. ---------..
2016.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