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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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밥상**
밥상 ㅡ이준관 밥상을 받을 때마다 나는 상장을 받는 기분입니다. 사람들을 위해 세상을 위해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나는 날마다 상, 푸짐한 밥상을 받습니다. 어쩐지 남이 받을 상을 빼앗는 것 같아서 나는 밥상 앞에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나는 떨리는 두 손으로 밥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2020.05.18 -
**[이 아침의 시] 객짓밥**
객짓밥 ―마경덕(1954~) 하나님은 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 수면에 표면장력을 만들고 소금쟁이를 먹이려고 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 물 위에서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 네 개나 달아주셨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
2020.05.05 -
**[이 아침의 시] 사월**
사월 ―이용임(1976~) 꽃들이 내 심장을 낚아채 달아나고 있어 길게 소리 지르며 그녀가 웃을 때 허공을 나는 것들엔 발이 없고 지상의 길엔 온통 신발을 잃어버려 차디찬 발자국들만 빛난다 맞잡은 손을 놓치고 놓치며 다른 계절로 달음질쳐 들어갈 때 꽃들이 시집《시는 휴일도 없이》(..
2020.04.28 -
**[이 아침의 시] 희망**
희망 ◇신현정◇ 앞이 있고 그 앞에 또 앞이라 하는 것 앞에 또 앞이 있다 어느 날 길을 가는 달팽이가 느닷없이 제 등에 진 집을 큰소리 나게 벼락 치듯 벼락같이 내려놓고 갈 것이라는 데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래 우리가 말하는 앞이라는 것에는 분명 무엇이 있긴 있을 ..
2020.04.22 -
**[이 아침의 시] 꽃**
꽃 ―최현우(1989~) 누가, 아주 잠깐 만지고 간 거라고 꽃이 피었습니다 꽃이 자꾸 피었습니다 전부 죽고 다시 사는데 누가 꽃이 되었을까요 시집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문학동네) 中 ..........................................................................................................
2020.04.20 -
**[이 아침의 시] 사월의 노래**
사월의 노래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
2020.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