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
**[이 아침의 시]주홍 이야기**
주홍 이야기 ◇배수연◇ 내가 좋아하는 주홍 노랑과 빨강이 끼어들지 않는 주홍을 알고 싶다면, 늙은 호박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 옛날 옛날 따뜻한 저녁 하늘이 푸른 호박밭 위로 허물어졌다고 그 시간 세상의 얼굴들이 모두 호박빛으로 모서리를 녹였다고 태양의 빨강도 별의 노랑도..
2020.03.23 -
**류인서-방언**
방언 ㅡ 류인서(1960~) 핏덩이 진 마음을 손에 들고 떠듬거리다 미로 같은 혓바닥 위에 마음을 내다 버리고 온 날이다 젖배 곯은 마음이 마음마음마 …… 꿈틀거리며 음마 쪽으로 기어간다 …… 그러니까 음마 여기 살고 있었던 거네, 마음의 냄새 지문이 엄마였던 거네 음마음마 이것은 내..
2020.03.09 -
**최정진-부른 사람을 찾는 얼굴**
나 그리고 그대-(Piano-MR) 부른 사람을 찾는 얼굴 -최정진(1980~)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마주친 사람도 있는데 마주치지 않은 사람들로 생각이 가득하다 그를 보는 것이 긍정도 부정도 아니고 외면하는 것이 선행도 악행도 아니다 환멸은 차갑고 냉소가 따뜻해서도 아닌데 모르는 사..
2020.03.02 -
**이은규-간절기**
간절기 ㅡ이은규(1978~) 까치 한 마리 보고 겨울 외투 벗지 말라고 당신은 그토록 당부했는데 나는 왜 옷깃보다 마음을 여미고 겨울에서 봄으로의 이행을 간절하게 기도했었나 아직은 옷깃을 여밀 때 절기와 절기 사이 나라는 이름과 우리라는 이름 사이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고 있는 ..
2020.02.24 -
**도종환-별 하나**
Merci cheri(별이빛나는 밤의 시그널) 별 하나 ◇도종환(1954~)◇ 흐린 차창 밖으로 별 하나가 따라온다 참 오래되었다 저 별이 내 주위를 맴돈 지 돌아보면 문득 저 별이 있다 내가 별을 떠날 때가 있어도 별은 나를 떠나지않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 별처럼 있고 싶다 상처받고 돌아오는 밤길..
2020.02.16 -
**사라 키르시-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 ㅡ사라 키르시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 기교를 부리지 말고 죽어라, 집을 무너뜨려라 망설이지 마라 나의 회색빛 돌고래는 저편 해안으로 헤엄쳐 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돌고래는 자기 앞으로 바다를 불어내었고, 갖은 재주를 피우며 헤엄쳤다 물결이 철썩..
2020.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