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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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371>이능표-옛날 생각**
옛날 생각 ◇이능표◇ 1. 가끔, 아주 가끔 물에 잠긴 그림자를 길어 올리듯이 나는 옛날 노래를 들어. 길모퉁이를 돌아설 때 가끔, 아주 가끔 이마를 짚고 뒤를 봐. 죽은 사람이 말을 걸듯이 가끔, 아주 가끔 2. 가끔, 아주 가끔 죽은 사람이 말을 걸듯이 이마를 짚고 뒤를 봐. 가끔, 아주 가..
2015.02.06 -
**[가슴의 시]김종삼-새**
새 -김종삼- 또 언제 올지 모르는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새 한 마리가 가까이 와 지저귀고 있다. 이 세상에선 들을 수 없는 고운 소리가 천체에 반짝이곤 한다. 나는 인왕산 한 기슭 납작집에 사는 산사람이다. ----------------------------------------------------------- ▶김종삼=(1921~1984)평양의 광성보통..
2015.02.04 -
**[가슴의시]이준규-얼굴**
얼 굴 -이준규- 너의 얼굴이 흐른다. 너의 얼굴이 비낀다. 너의 거울. 너의 얼굴. 나는 너의 얼굴을 찾아 세상을 떠돌았다. 낙엽이 흐를 때. 새가 솟을 때. 나는 어디에서나 너의 얼굴을 만졌다. 나는 어디에서나 너의 얼굴 안에 있었다. 아무것도 지우지 못했다. 너는 언제나 잊히는 얼굴 하..
2015.02.04 -
**[행복한 시]<370>정끝별-은는이가**
은는이가 ◇정끝별◇ 당신은 당신 뒤에 ‘이(가)’를 붙이기 좋아하고 나는 내 뒤에 ‘은(는)’을 붙이기 좋아한다 당신은 내‘가’ 하며 힘을 빼 한 발 물러서고 나는 나‘는’ 하며 힘을 넣어 한 발 앞선다 강‘이’ 하면서 강을 따라 출렁출렁 달려가고 강‘은’ 하면서 달려가는 강을..
2015.02.04 -
**[국제시단]정해원-매화 피던 날**
매화 피던 날 ⊙정해원⊙ 불티보다 붉은 발진(發疹) 열꽃처럼 피는 매화 신열을 앓던 삼동 떨치고 나온 아침 피멍 든 아픈 세월이 명치끝을 찌르는 날. 인생도 아픔 뒤에 꽃이 피는 거라지만 수없이 아팠어도 꽃 한 번 못 피우고 부르르 한기(寒氣)에 떨면 소름 송송 돋고 있다. ---------------..
2015.02.03 -
**[행복한 시]<369> 권갑하-우포 여자**
우포 여자 ◇권갑하◇ 설렘도 미련도 없이 질펀하게 드러누운 그렇게 오지랖 넓은 여잔 본적이 없다 비취빛 그리움마저 개구리밥에 묻어버린 본 적이 없다 그토록 숲이 우거진 여자 일억 오천만년 단 하루도 마르지 않은 마음도 어쩌지 못할 원시의 촉촉함이여 생살 찢고 솟아오르는 가..
201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