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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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364>박덕규-수술 전야**
수술 전야 ◇박덕규◇ 입원하러 가기 전날 밤 갚아야 할 빚을 다 적어 놓아야겠다고 몰래 스마트폰 빛을 밝히며 책상 앞에 앉았다가 서랍에서 발견한 십 년 전 낙서. 그 시절 원인 모를 복통에 시달리며 배를 움켜쥐고 쓴. 하느님, 제가 일 잘 하는 사람인 줄 알고 빨리 불러 일 시키실 작..
2015.01.22 -
**[가슴의 시]이홍섭-왜가리**
왜가리 ◎이홍섭◎ 이른 아침 개울가 밭두렁에 왜가리 한 마리가 외발로 서 있다 서천(西天)으로 돌아가기 전 달마처럼 잔뜩 웅크린 채 눈이 채 녹지 않은 허연 밭뙈기를 바라보고 있다 잿빛 등에는 해진 짚신 한 짝, 눈이 다 녹으면 그는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
2015.01.22 -
**[국제시단]이상개-떠돌이별**
떠돌이별 ◇이상개◇ 나는야 우주를 떠도는 떠돌이별. 잠시 이 지구촌에 머물고 있노라. ------------------------------------------------------------- ▶이상개=1941년 창원 출생. 1965년 '시문학' 추천. 국제펜클럽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부산시인협회장 역임. '잉여촌' '시와자유' 시 동인. 시집 '..
2015.01.19 -
**[행복한 시]<362>임영석-만원을 바라보며**
만원을 바라보며 ◇임영석◇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어 바라본다 곳곳이 위조할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해와 달이 하나뿐이라는 일월오봉도, 반으로 접어보니 해와 달이 한곳에 겹쳐진다 음과 양의 기가 한 곳에 만나 통하는 세상 얼마나 많은 문양을 완성해야 이루어진다는 ..
2015.01.19 -
**[행복한 시]<363>메리 올리버-이끼**
이 끼 -메리 올리버- 어쩌면 세상이 평평하다는 생각은 부족적 기억이나 원형적 기억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여우의 기억, 벌레의 기억, 이끼의 기억인지도 몰라. 모든 평평한 것을 가로질러 도약하거나 기거나 잔뿌리 하나하나를 움츠려 나아가던 기억. 지구가 둥글다는 걸..
2015.01.19 -
**[가슴의 시]이승훈-바보처럼 웃으리**
바보처럼 웃으리 ◇이승훈◇ 하늘 봐도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봐도 들길가는 사람 구멍가게 앞 빈 의자 봐도 들길위에 서 있는 사람 봐도 웃으리 웃으리 바보처럼 웃으리 바다 봐도 바다에 떠 있는기선 봐도 바다 아래 물길 가는 고기들 봐도 돌멩이 돌멩이 앞 물고기들 봐도 돌멩이위에 ..
2015.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