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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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335>고은-겨울햇빛에 대하여**
겨울햇빛에 대하여 ⊙고 은⊙ 겨울햇빛 너는 흙 속의 씨앗들을 괜히 깨우지 않는다 가만가만 그 씨앗들이 잠든 지붕을 쓰다듬고 간다 이 세상에서 옳다는 것은 그것뿐 겨울햇빛 너는 지상의 허튼 나뭇가지들의 고귀한 인내를 밤새워 달랠 줄도 모르고 조금 어루만지고 간다 이 세상에서 ..
2014.11.16 -
**[가슴의 시]고은-아기에 대하여**
아기에 대하여 ◇고 은◇ 아기가 섬마섬마 아기가 섬마섬마 일어서다가 넘어진다 넘어졌다가 일어선다 다시 넘어진다 오늘은 이토록 찬란한 날 아기가 섬마섬마 오늘 아침 11시 지나 아기가 선다 ------------------------------------------------------------ ▶고은=高銀(1933~ 본명 고은태高銀泰) 전북 ..
2014.11.13 -
**[행복한 시]<334>임성용-11월**
11월 -임성용- 감나무 가지에 감 하나 달려 있다 오래도록 묵은 세월이 잔가지에 쌓여가는 동안 나도 어느새 손 매듭이 굵어졌다 감나무가 저만큼 자라도록 봄이면 꽃을 낳아 가을이면 하늘 흥건하게 기르도록 나는 감나무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어깨가 빠지도록 망치질만 했다 ..
2014.11.12 -
**[국제시단]윤혁-가을 소나타**
가을 소나타 ◇윤 혁◇ 초승달이 꼬여낸 귀뚜라미들 휘여 진 등짝에 가을을 한 짐 지고도 청승을 떠는지 여기저기 화음이 안 맞는 노래를 한다 그들의 가창력이 초승달을 부풀게 하여 어디선가 밤 국화 향기가 나들이 하면 색향에 취한 달빛이 휘청한다 창공의 미아 기러기 한 마리 어설..
2014.11.10 -
**[행복한 시]<333>문정희-결혼한 독신녀**
결혼한 독신녀 ⊙문정희⊙ 쉬잇! 조용히 해 주세요 실수하는 재미도 없으면 무슨 인생인가요 상처와 고통이 혀를 태우는 매운 양념으로 비빔밥을 버무리어 땀 흘리며 먹는 것 이것이 결혼인지도 모르겠어요 우연과 우행으로 덜컹거리며 사막도 식민지도 아닌 땅을 걸어가며 어버버! 입..
2014.11.10 -
**[가슴의 시]손세실리아-섬**
섬 -손세실리아- 네 곁에 오래 머물고 싶어 안경을 두고 왔다 나직한 목소리로 늙은 시인의 사랑 얘기 들려주고 싶어 쥐 오줌 얼룩진 절판 시집을 두고 왔다 새로 산 우산도 밤색 스웨터도 두고 왔다 떠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날을 몰라 거기 나를 두고 왔다 ----------------------------------..
201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