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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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정현숙-월동越冬준비**
Candlelight-Carl Doy 월동越冬준비 ◇정현숙◇ 삭풍의 지느러미 하늘에 흐르는 날 마당가 나무들을 손질하는 마음은 텃새들 편안한 둥지 마련 위한 정성이다. 묵은 벽에 설레던 노래는 불씨 되어 꽃빛 같은 웃음 한 줌 세한도歲寒圖에 새겨두고 마을은 등을 부비며 흐린 가등街燈 닦는다. -----..
2014.12.01 -
**[행복한 시]<342>박승자-잠시**
잠 시 -박승자- 저녁을 짜게 먹었다 싶어 슬리퍼 끌고 슈퍼 가는 길 환하게 불 밝힌 슈퍼 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주인 백 팻말이 손잡이에 걸려 있다 잠시라는 문구에 등 돌리지 못하고 발자국으로 보도블록 위에 꽃판을 만들고 있는데 잠시 만에 돌아올 수 있는 무언가를 많이도..
2014.12.01 -
**[행복한 시]<341>최금진-나의 손**
나의 손 ◇최금진◇ 과거는 토굴이었고, 손바닥엔 언제나 더러운 때가 끼어 있었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친구들의 당돌한 악수가 무서웠다 학교에선 숙제를 안 해온 벌로 손바닥을 맞고 아이들은 입을 가리고 웃는 나를 계집애라고 놀렸다 그 손이 늙은 것이다 쩌릿쩌릿 경련도 오고, 각..
2014.11.29 -
**[가슴의 시]이제니-코끼리 그늘로부터 잔디**
코끼리 그늘로부터 잔디 ⊙이제니⊙ 코끼리는 간다 들판을 지나 늪지대를 건너 왔던 곳을 향해 줄줄이 줄을 지어 가만가만 가다 보면 잔디도 밟겠지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가 발아래 잔디도 그늘이 되겠지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속으로 속으로 혼잣말을 하면서..
2014.11.27 -
**[국제시단]서규정-항명**
Richard Clayderman의 피아노 연주곡.. 항 명 -서규정- 실연의 신열, 희미해질수록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그림자와 낙서들이 도란도란 모여 사는 저 축축한 담벼락에 대고 더 이상 보낼 것이 없어야 노래인 줄 알았을 땐 우울은 깊어야 빨리 낫는다, 머리털 감듯 둘둘 말아 햇빛 쨍쨍한 날 세탁..
2014.11.26 -
**[국제시단]김춘리-사과가 있는 방**
사과가 있는 방 ◇김춘리◇ 사과와 탁자를 파는 과일가게가 있다 빛이 들수록 어두운 사각 빛깔 좋은 사과를 골랐다 무심한 날들이 구석에서 조금씩 검어졌다 그는 사소한 식습관을 지키기 위해 가끔씩 혓바닥을 깨물기도 했다 어둠은 씹을 때마다 간격을 불러냈다 핀잔과 구설이 양파..
2014.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