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가깃든삶(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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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깃든 삶]조지훈-설조(雪朝)**
설조(雪朝) ◆조지훈◆ 천산에 눈이 내린 줄을 창 열지 않곤 모를 건가. 수선화 고운 뿌리가 제 먼저 아는 것을- 밤 깊어 등불 가에 자욱이 날아오던 상념의 나비 떼들 꿈속에 그 눈을 맞으며 아득한 벌판을 내 홀로 걸어갔거니 -------------------------------------------------------------- ▶조지훈=(1920..
2015.12.25 -
**[詩가깃든 삶]이형기-봄밤의 귀뚜리**
봄밤의 귀뚜리 ◆이형기◆ 봄밤에도 귀뚜리가 우는 것일까. 봄밤, 그러나 우리 집 부엌에선 귀뚜리처럼 우는 벌레가 있다. 너무 일찍 왔거나 너무 늦게 왔거나 아무튼 제철은 아닌데도 스스럼없이 목청껏 우는 벌레. 생명은 누구도 어쩌지 못한다. 그저 열심히 열심히 울고 또 열심히 열..
2015.12.18 -
**[詩가깃든 삶]허영자-무지개를 사랑한 걸**
무지개를 사랑한 걸 ◆허영자◆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풀잎에 맺힌 이슬 땅바닥을 기는 개미 그런 미물을 사랑한 걸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덧없음 그 사소함 그 하잘 것 없음이 그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 눈멀었던 그 시간 이 세..
2015.12.14 -
**[詩가깃든 삶]최문자-지상에 없는 잠**
지상에 없는 잠 ◆최문자◆ 어젯밤 꽃나무 가지에서 한숨 잤네 외로울 필요가 있었네 우주에 가득찬 비를 맞으며 꽃잎 옆에서 자고 깨보니 흰 손수건이 젖어 있었네 지상에서 없어진 한 꽃이 되어 있었네 한 장의 나뭇잎을 서로 찢으며 지상의 입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네 저물녘 마른 껍..
2015.12.13 -
**[詩가깃든 삶]김광림-갈등**
갈 등 ◆김광림◆ 빚 탄로가 난 아내를 데불고 고속버스 온천으로 간다 십팔 년 만에 새삼 돌아보는 아내 수척한 강산이여 그동안 내 자식들을 등꽃처럼 매달아 놓고 배배 꼬인 줄기 까칠한 아내여 헤어지자고 나선 마음 위에 덩굴처럼 얽혀드는 아내의 손발 싸늘한 인연이여 허탕을 치..
2015.12.11 -
**[詩가깃든 삶]박용래-저녁눈**
저녁눈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 ▶박용래=..
201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