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와음악♬(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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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세 모**
세 모 / 엄원태 한 해가 저문다 파도 같은 날들이 철썩이며 지나갔다 지금, 또 누가 남은 하루마저 밀어내고 있다 가고픈 곳 가지 못했고 보고픈 사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생활이란 게 그렇다 다만, 밥물처럼 끓어 넘치는 그리움 있다 막 돋아난 초저녁별에 묻는다 왜 평화가 상처와 고통..
2011.12.27 -
**조병화-겨 울**
겨 울 / 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
2011.12.26 -
**목필균-12월의 기도**
12월의 기도 /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제 얼..
2011.12.26 -
**김종길-성탄제**
Boney M 캐롤송 모음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사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ㅡ 나는 한 마리 어린 ..
2011.12.25 -
**최영철-성탄전야**
고요한밤 거룩한밤 성탄전야 / 최영철 맛난 것 먹고 빵빵해진 일가족 오색 풍선 따라 땡그랑 땡그랑 배고프다 노래하는 자선냄비 따라 행복 몇 스푼 눈발로 내리고 있었대요 더운 국물이나 마셔 두려는 가난한 식탁에 저 멀리 하늘에서 뭉텅뭉텅 수제비 알로 오시다가 하얀 쌀 소..
2011.12.24 -
**강성은-12월**
12 월 / 강성은 씹던 바람을 벽에 붙여놓고 돌아서자 겨울이다 이른 눈이 내리자 취한 구름이 엉덩이를 내놓고 다녔다 잠들 때마다 아홉 가지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날 버린 애인들을 하나씩 요리했다 그런 날이면 변기 위에서 오래 양치질을 했다 아침마다 가위로 잘라내도 상처 ..
2011.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