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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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롱펠로-화살과 노래**
화살과 노래 ◈H 롱펠로◈ 나는 공중을 향해 화살을 쏘았지만, 화살은 땅에 떨어져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었네, 너무 빨리 날아 눈이 그것을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 나는 공중을 향해 노래를 불렀지만, 노래는 땅에 떨어져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었네, 아무리 날카롭고 강한 눈이 있어..
2016.10.26 -
**[시있는 아침]최태랑-뒷사람**
뒷사람 ◈최태랑◈ 흰 모시적삼 아버지 중절모에 팔자걸음이 앞서가고 누런 베적삼 어머니는 열무 단을 이고 따라간다 힐끗 돌아보며 왜 이리 더디냐고 타박하던 아버지 한껏 치장한 젊은 며느리 깃털 같은 손가방 들고 아들은 아이 안고 기저귀가방도 들었다 뒤를 보며 늦었다고 짜증..
2016.10.26 -
**[시있는 아침]신경림-갈대**
갈 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
2016.10.26 -
**[시있는 아침]안영희-모닥불**
모닥불 ◈안영희◈ 아무도 혼자서는 불탈 수 없네 기둥이었거나 서까래 지친 몸 받아 달래준 의자 비바람 속에 유기되고 발길에 채이다 온 못자국 투성이, 헌 몸일지라도 주검이 뚜껑 내리친 결빙의 등판에서도 불탈 수 있네 바닥을 다 바쳐 춤출 수 있네 목 아래 감금된 생애의 짐승 울..
2016.10.26 -
**[가슴의 시조]문희숙-외등**
외 등 ◈문희숙◈ 굴뚝이 제 속을 까맣게 태우면서 누군가의 따스한 저녁을 마련할 때 길 건너 어둠을 받는 밀보릿빛 우산 하나 먹물에 목이 잠겨 야위는 강을 지나 내 꿈의 어지러운 십자로를 한참 돌아 사랑이 절면서 오는 굽은 길목 어귀에 -----------------------------------------------------------..
2016.10.24 -
**[詩가깃든 삶]마종기-파타고니아의 양**
파타고니아의 양 ◈마종기◈ 거친 들판에 흐린 하늘 몇 개만 떠 있었어. 내가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해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만은 믿어보라고 했지? 그래도 굶주린 콘도르는 칼바람같이 살이 있는 양들의 눈을 빼먹고, 나는 장님이 된 양을 통째로 구워 며칠째 먹었다. 어금니 두 개..
201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