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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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시]김규태-강의 해탈**
강의 해탈 / 김규태 강은 본래 흐르면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견고한 고집이 있었다 한사코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으려 하지만 허물어진 것에 대한 추억은 처연하다 긴 참회의 길을 몸으로 재촉하면서 산산이 흩어지는 유혹을 견디는 원초적 믿음이 있었다 하구에 들어서면 강의 나신은 바..
2013.12.07 -
**[가슴의 시]황동규-오미자술**
오미자술 -황동규- 오미자 한줌에 보해소주 30도를 빈델몬트 병에 붓고 익기를 기다린다. 아, 차츰차츰 더 바알간 색, 예쁘다. 막소주 분자(分子)가 설악산 오미자 기개에 눌려 하나씩 분자 구조 바꾸는 광경. 매일 색깔 보며 더 익기를 기다린다. 내가 술 분자 하나가 되어 그냥 남을까 말..
2013.12.05 -
**[국제시단]13-12-01 이 광-저 녁**
저 녁 / 이광 저무는 하늘 아래 노을이 고운 것은 아낌없이 주고 가는 지는 해의 뜻입니다 하루를 다듬질하는 땅거미 내립니다 제 몸을 훌훌 털며 새가 날고 있습니다 온종일 펼친 날개 해진 깃 추스를 때 지상은 점등을 앞둔 막간에서 쉽니다 잠시 먼산 바라보다 일행을 놓친 빛이 싸목싸..
2013.12.02 -
**[가슴의 시]박지영-말 거는 것들**
말 거는 것들 -박지영- 집에 혼자 있으면요 세간살이가 부스럭거려요 입도 없는 것이 말 걸어와요 잠시도 진득하니 앉아 있을 수 없어요 어디선가 소리가 나요 옷장에서 쩍 나무 갈라지는 소리 부엌 수도꼭지에서 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 온갖 소리 다 들려요 가만히 있으면서 조용히 소란..
2013.11.28 -
**[국제시단]조 원-가을 하관식**
가을 하관식 / 조 원 어딘가에 묻히고 싶어 가을 나무 아래 선다 누런 잎사귀들이 머리 위로 한 무더기 쏟아진다 검은 왁스가 칠해진 구두와 푸른 재킷을 아직도 벗지 못했다 살아야 할 것들이 죽어서 가슴에 봉분을 세우는 저녁 당신은 이곳에 뿌리를 묻고 바람을 견디었다 한철 지나고..
2013.11.25 -
**[가슴의 시]허영자-가 을**
가 을 -허영자- 걸음마다 씽씽 신바람 일고 휘파람 소리, 그 휘파람 소리 가슴 울렁거리던 천둥 번개의 사나이들 어디로 갔나. 가을 빈 들판은 패망의 왕국 목발에 의지한 허수아비 하나 마지막 노병으로 지켜 서 있다 """"""""""""""""""""""""""""""""""""""""""""""""""""""""""""""""""""""""""""""" ▶허영자=..
201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