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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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안효희-불 빛**
불 빛 / 안효희 좁고 구불구불한 범일동 뒷골목에서 뜨거운 칼국수를 먹는다 길고 긴 면발 겁 없이 툭툭 잘라먹으며 걸죽한 국물, 한 그릇 사약처럼 마신다 아낙의 닳은 엄지 같은 생이 그릇 속으로 푹푹 빠지고 핏발선 열병, 붉은 고춧가루로 떠다닌다 구겨진 온몸 조금씩 가늘어진다 먹..
2014.01.10 -
**[아침의 시]손세실리아-혼 수**
혼 수 / 손세실리아 산업연수원생 자격으로 한국에 와 사랑에 빠진 타잉 훙과 남 프엉은 둘 만의 부부서약을 마친 뒤 쪽방 얻어 신방 차리기로 합의했는데 본국에 송금하고 월세내고 나니 빈털터리인 거 최소한의 세간 장만할 여력조차 막막한 거라 궁리궁리 끝에 공단 인근 모텔 빈 객실..
2014.01.08 -
**[아침의 시]박일환-수첩을 정리하며**
수첩을 정리하며 -박일환- 낡은 수첩에 적힌 이름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는 일로 한 해를 시작한다 늘 그랬듯이 몇몇 이름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작은 구멍들이 생기고 구멍을 빠져나온 이름들이 천천히 망각의 강을 건너는 동안 새로 나타난 이름들이 빈 구멍들을 메워 가리라 내가 수첩..
2014.01.04 -
**[아침의 시]유안진-옛날 애인**
옛날 애인 / 유안진 봤을까? 날 알아봤을까? -시집 '둥근 세모꼴'에서- --------------------------------------------------------------- ▶유안진=1941년 경북 안동 출생. 현 서울대 명예교수. 시집 '거짓말로 참말하기' '다보탑을 줍다' '알고' 등. 수필집 '지란지교를 꿈꾸며' 등. 정지용문학상, 이형기문학상..
2013.12.14 -
**[아침의 시]강인한-그 곳이 어디쯤일지**
그 곳이 어디쯤일지 / 강인한 엷은 새벽빛이 흘러와 벽에서 4호 액자가 떠오른다 삼십 년 전 전라도 어느 개울과 산이 날것으로 숨쉬다가 젊은 화가의 선과 색채를 입고 이 작은 액자 속으로 들어온 것이니 그 곳이 어디쯤일지 내 어린 날 어느 겨울이었으리 곤죽이 된 논바닥에 고무신 푹..
2013.12.12 -
**[아침의 시]신용목-갈대 등본**
갈대 등본 / 신용목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 휘어진 몸에다 화살을 걸고 깊은 날은 갔다 모든 謀議가 ..
2013.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