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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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김일태-잎 지는 소리를 듣다**
잎 지는 소리를 듣다 -김일태-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때 돋아서 잎은 가장 가벼워졌을 때 스스로 진다 지켜서 오고 맞추어 그냥 감을 소리 내어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칠십 평생 흙 말고는 쥐어본 적이 없는 병 없이 살다 가신 상득이 어른 바람 착한 날 다투지 않는 모습으로 모든 ..
2013.11.27 -
**[아침의 시]이성희-내 허공의 빈방**
내 허공의 빈방 / 이성희 내 허공의 빈방 아직 아무도 방문하지 마세요 빈 채로 그냥 둬주세요 상처가 덧나는 날 그늘의 강에 이르러 흐린 하늘 사이로 내려오는 곱게 다림질한 모시 몇 폭의 햇살을 고물에 받으며 거룻배 한 척으로 떠다닐 것입니다 내 빈방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그리움으..
2013.11.26 -
**[아침의 시]곽재구-고등어장수-연화리 시편11**
고등어장수-연화리 시편11 -곽재구- 어느 날 강변 내 오두막집 앞에 한 고등어장수가 닿았습니다. 먼 바다에서 온 그의 고등어들은 소금에 잘 절어 파랗게 빛났습니다 고등어 값은 너무 비쌌답니다 난 이렇게 말했지요 왜 고등어 값이 쌌다가 비쌌다가 그라지요? 먼 바다에서 온 고등어장..
2013.11.22 -
**[아침의 시]김명인-꽃차례**
꽃차례 / 김명인 그대 떠나면서 마음 들머리가 지워졌다 빛살로 환하던 여백들이 켜질 당할 때 그 폭풍우 속에 웅크리고 앉아 절망하고 절망하고서 비로소 두리번거리는 늦봄의 끝자락 (중략) 한때는 왁자지껄 시루 속 콩나물 같았던 꽃차례의 다툼말 막 내려 놓고 들릴락 말락 곁의 풀 ..
2013.11.09 -
**[아침의 시]권애숙-자갈치의 달**
자갈치의 달 -권애숙- 땅바닥에 가장 낮게 내려앉아 철퍼덕, 엉덩이를 뭉개고 앉은 달 손 내밀면 가슴까지 무너져 질척한 난전에서 사람 소리를 한다 자갈치아지매 비릿한 전대 속에서 부새비늘과 함께 뒹굴던 백동전처럼 막소주 꼼장어구이에 얼큰해진 바다사내 깊은 울음 속에서 퍼올..
2013.11.05 -
**[아침의 시]이명수-변명**
변명 / 이명수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다고 시인 이상은 말했다 청탁이 와도 줄 시가 없을 때 은밀히 감춰둔 비밀이 없는 것처럼 시인은 가난하다 쌀독이 비어 끼니를 거른 적이 있는가 품은 시 몇 편도 없이 이 불황의 겨울을 넘자니 가슴이 시리다 하나 굶주림도 ..
201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