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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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정희성-추석달
추석달 -정희성- 어제는 시래기국에서 달을 건져내며 울었다 밤새 수저로 떠낸 달이 떠내도 떠내도 남아 있다 광한전도 옥토끼도 보이지 않는 수저에 뜬 맹물달 어쩌면 내 생애 같은 국물을 한 숟갈 떠 들고 나는 낯선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보아도 보아도 숟갈을 든 채 잠든 자식의 얼굴..
2013.09.14 -
[아침의 시]루 미-그대의 춤
그대의 춤 / 루 미 그대 빛에서 사랑하는 법을 익히고 그대 아름다움에서 시(詩) 짓는 법을 배운다. 아무도 그대를 보지 못하는 내 가슴 속에 숨어 추는 그대의 춤을 나는 가끔 들여다보고, 그것은 이렇게 나의 노래가 된다 -시집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에서- ......................................
2013.09.13 -
**[아침의 시]김나영-사랑에 부쳐**
사랑에 부쳐 -김나영- 산도둑 같은 사내와 한번 타오르지 못하고 손가락이 긴 사내와 한번 뒤섞이지도 못하고 물불가리는 나이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모르는 척 나를 눈감아줬으면 싶던 계절이 맡겨놓은 돈 찾으러 오듯이 꼬박꼬박 찾아와 머리에 푸른 물만 잔뜩 들었습니다 이리 갸웃 ..
2013.09.10 -
**[아침의 시]이해웅-산골 풍경 하나**
산골 풍경 하나 -이해웅- 지게에다 나뭇짐을 잔뜩 지고 영감이 앞서 가고 나뭇단을 인 할멈이 뒤따르고 있다 길은 가파르다 느닷없이 날아온 잠자리 한 마리가 지게 위에 앉았다 나뭇단 위에 앉았다 한다 뻘뻘 땀을 흘리는 두 늙은이와 얇은 투명 모시 같은 날개를 가진 잠자리 한 마리가 ..
2013.09.03 -
**[아침의 시]강미정-꽃이 지는 일**
꽃이 지는 일 / 강미정 햇살 눈부신 돌계단 사이 보랏빛 제비꽃이 지는 걸 딸과 함께 쪼그리고 앉아 보았습니다 꽃이 지는일은 꽃이 다른 몸이 되는 일 같았습니다 눈물을 버리는 일 같았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바람이 옮겨다 준 한 그루의 나무 그늘 같은 내 집에서 혼자 조용히 젖는 울..
2013.08.31 -
**[아침의 시]송유미-동박새의 우편함**
동박새 울음소리 동박새의 우편함 -송유미-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 금련암 우편함은 새집 모양이다 새집 모양으로 동백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다 지나는 등산객마다 한번쯤 열어 보았는지 손때가 까맣게 묻어 있는 우편함 새들도 들어와서 쉬었다 가는지 새똥까지 하얗게 배달되어 있다. ..
2013.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