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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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전홍준-계룡산에서**
계룡산에서 / 전홍준 산과 절 하나로 먹고사는 동네가 있다 경치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피둥피둥한 사찰이 똬리를 틀고, 사하촌에는 고기 굽는 냄새 나를 우상으로 빌어먹지 말라던 부처가 왕생해도 기갈 든 중생을 이해해 주시겠지 낙엽 비 흩뿌리는 갑사 오르는 길 내 나이만큼 늙어가..
2013.08.24 -
**[아침의 시]백 석-여 승(女僧)**
여 승(女 僧) -백 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
2013.08.21 -
**[아침의 시]나희덕-귀뚜라미**
귀뚜라미 /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은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
2013.08.20 -
**[아침의 시]이정모-오 해**
오해 / 이정모 새 한 마리 나무 가지에 앉으려고 발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드는 그 순간 움켜쥔 것은 가지인데 그때 비명을 지른 것은 가지도 바람도 새도 아닌 허공이었다. -시집 '제 몸이 통로다'에서- ............................................................................................................. ▶..
2013.08.13 -
**[아침의 시]정희성-민지의 꽃**
민지의 꽃 / 정희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데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
2013.08.10 -
**[아침의 시]이상국-시로 밥을 먹다**
시로 밥을 먹다 -이상국- 철원 사는 정춘근 형에게 시 한 편을 보냈더니 원고료 대신이라며 쌀을 보내왔다 그깟 몇푼 된다고 온라인 한줄이면 충분할 텐데 자루에 넣고 다시 포장해서 택배로 이틀 만에 사람이 들고 왔다 철원평야 들바람과 농사꾼들 발자국 깊게 파인 논바닥이 훤히 보이..
201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