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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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이승희-씨앗론**
씨앗론 / 이승희 꽃이 피거나 열매 맺는 일이란 습성이나 본성이 아닌 거야 검은 흙 속을 아주 오래 무던히 걸어온 시간들이 단단하게 뭉쳐 있다가 풀리는 일이야 감자꽃이 피는 것은 하얗게 피어 말하는 것은 땅속에 말 못할 그리움이 생겨나고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지 -시집 '저녁을 굶..
2013.06.02 -
**[아침의 시]이병률-찬 란**
찬 란 / 이병률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 (중략) 지난밤 남쪽의 바다를 생각하던 중에 등..
2013.05.28 -
**[아침의 시]문정희-남 편**
남 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 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
2013.05.22 -
**[아침의 시]황동규-즐거운 편지**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
2013.05.20 -
**[아침의 시]길상호-연(蓮)의 귀**
연(蓮)의 귀 -길상호- 연들이 여린 귀를 내놓는다 그 푸른 귀들을 보고 고요한 수면에 송사리 떼처럼 소리가 몰려온 물속에 가부좌를 틀고 연들은 부처님같이 귀를 넓히며 한 사발 맛있는 설법을 준비 중이다 수면처럼 평평한 귀를 달아야 나도 그 밥 한 사발 얻어먹을 수 있을 것이다 -시..
2013.05.17 -
**[아침의 시]정군칠-나비 상여**
나비 상여 / 정군칠 외따로 난 산길 나비 날개를 어깨에 멘 개미들 간다 죽어서 맴돌기를 멈춘 나비 오색 무늬 제 몸이 만장이 된다 ㅡ 시집 '물집'에서 ㅡ --------------------------------------------------------------------- ▶정군칠=1952년 제주 중문 출생. 1998년 '현대시' 등단. 시집 '수목한계선'. 한 생..
2013.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