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
**[아침의 시]김상미-똥파리**
똥파리 / 김상미 영화 '똥파리'를 보았다. '똥파리'속에는 '시발놈아'라는 말이 셀 수 없이 나온다. 그리고 그 말은 보통 영화의 '사랑한다'는 말보다 훨씬 급이 높고 비장하다. 지랄맞게 울리고 끈질기게 피 흘리는 그 영화를 다 보고 나와 아무도 없는 강가에 가 소주 한 병을 마셨다. 그리..
2013.05.09 -
**[아침의 시]천향미-뿔**
어머니 / 백영규 뿔 / 천향미 나는 뿔이 갖고 싶었다. 이른 봄 머위햇순처럼 모 없이 둥근 뿔 하나 갖고 싶었다. 내 뿔에 들이받힌 상처부위마다 솔솔 향기 퍼지는 그런 뿔 하나 갖고 싶었다. 삶의 비애가 버선목이라면 홀라당 까뒤집어 보여주고 싶다던 어머니의 뿔을 만지작거리다가 어..
2013.05.06 -
**[아침의 시]안상학-물**
물 / 안상학 내 어딜 가도 세상 고르게 하고 싶었니라 웅덩이 채우고 갈라진 곳 메우며 하늘도 산도 다 받아들여 골고루 폈니라 돌 던지지 마라 - 시집 '오래된 엽서'에서- ------------------------------------------------------------------ ▶안상학=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
2013.05.04 -
**[아침의 시]동길산-틈**
틈 / 동길산 바위가 바위를 받치고 있다 넘어질 것 같은 바위가 넘어질 것 같은 바위를 받쳐서 바위는 넘어지지 않고 있다 넘어질 것 같은 바위와 넘어질 것 같은 바위 사이에 틈이 있다 틈 사이에 하늘이 보인다 틈으로 보는 하늘은 좁지만 좁아서 더 들여다본다 넘어질 것 같은 사람이 ..
2013.05.02 -
**[아침의 시]이재무-나무 한 그루가 한 일**
나무 한 그루가 한 일 / 이재무 강물 내려다보이는 연초록뿐인 언덕 위의 집 홀로된 노인 과실수 한 그루 구해 심으니 바람 몰려와 우듬지 흔들다 가고 햇살 잎잎마다 매달려 잉잉거린다 가지 끝 대롱대롱 빗방울 무수한 벌레들의 남부여대 껍질 속 세 들어 살고 꽃 피자 벌 나비 붐비고 ..
2013.04.30 -
**[아침의 시]함민복-부부(夫婦)**
부부사랑2곡 부부(夫婦) /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
2013.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