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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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허만하-바 다**
바 다 / 허만하 해안선은 눈부신 흰 모래를 밟았던 발바닥의 기억으로 멀리 혼자 사라지고 있었다 소실점 쪽으로 멀어져 가는 맨발의 기억에는 가루 같은 은모래 부드러움이 묻어 있었다 지구에 사람이 태어나기 이전의 태고의 모래사장에 남아 있던 별의 발자국 소리가 사금 반짝임처럼..
2013.01.02 -
**[아침의 시]황진이-동짓달**
동짓달 /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뷔구뷔 펴리라. ++++++++++++++++++++++++++++++++++++++ ▶황진이=본명은 진, 기명은 명월. 조선 중종 때 송도의 기생. 지난밤에 하얀 눈이 내렸나 보다. 해운대 바다에는 눈이 ..
2012.12.30 -
**[아침의 시]정재필-남의 나이 먹고는**
♧남은 인생 멋지게♧ 남의 나이 먹고는 / 정재필 남의 나이 먹고는 주변 돌아보는 버릇이 깊어지고 자주 아내의 얼굴이 처다보인다 남의 나이 먹고는 가는귀 멀어지고 잠귀만 밝아져 낮에 흘렸던 많은 소리 듣던 새벽에 꺼내 다시 듣는다 남의 나이 먹은 탓인지 내 나이 언뜻 잊고 신문..
2012.12.28 -
**[아침의 시]박태문-바람 부는 날**
바람 부는 날 / 박태문 바람 부는 날 온 몸으로 바람과 맞서 포효하는 나무들. 결코 아무 데도 물러설 수 없는 나무들. 어떤 것은 부러지고 어떤 것은 휘어지고 어떤 것은 쓰러지기도 한다. 부러진 나무들은 그리고 쓰러진 나무들은 죽을까. 결코 죽고 마는 것일까. 바람 부는 날 -시선집 '..
2012.12.27 -
**[아침의 시]라이너 마리아 릴케-사 랑**
사 랑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햇빛처럼 꽃보라처럼 또는 기도처럼 왔는가 행복이 반짝이며 하늘에서 몰려와 날개를 거두고 꽃피는 나의 가슴에 걸려온 것을 하얀 국화가 피어있는 날 그 집의 화사함이 어쩐지 마음에 불안하였다 그날 밤늦게 조용히 네가 ..
2012.12.25 -
**[아침의 시]허혜정-아버지의 선물**
샤일리-Noel Noel O night O night divine 아버지의 선물 / 허혜정 어느덧 성탄의 불빛으로 물든 거리에는 줄무늬 지팡이 같은 것을 매단 커다란 트리 넓직한 테이블엔 팔락이는 촛불과 달콤한 샐러드 커피밖에 모르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먹어라. 건강을 돌봐야지 사람들 속에서도 나만 보..
2012.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