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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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장석주-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 장석주 어렸을 때 내 꿈은 단순했다, 다만 내 몸에 꼭 맞는 바지를 입고 싶었다 이 꿈은 늘 배반당했다 난 아버지가 입던 큰 바지를 줄여 입거나 모처럼 시장에서 새로 사온 바지를 입을 때조차 내 몸에 맞는 바지를 입을 수가 없었다 한참 클 때는 몸집이 하루가 ..
2012.12.18 -
**[아침의 시]정민호-안타까움**
안타까움 / 정민호 내 마음 안타까울 때 나는 눈물을 삼키고 하늘을 바라본다. 무한 공간 푸르름 속에서 나는 나를 찾아 헤맨다. 지금 이 나이에 남이 부러울 때가 있고 나는 내가 되지 못함을 부끄러워한다.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나는 내가 되지 못한 안타까움 때문에 나는 한밤 내 ..
2012.12.14 -
**[아침의 시]조말선-재스민 향기는...**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 조말선 피가 번질까봐 테두리를 그렸다 바닥으로 떨어질까봐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너를 만들고 보니 더 외로워졌다 매달리면 추락을 염려했다 장미는 나와 같이 피지 않았다 맨드라미는 혼자 흘러내리고 있었다 재스민 향기는..
2012.12.10 -
**[국제시단]김해경-萬魚寺 만어**
萬魚寺 만어 / 김해경 만어사 갔다 집으로 오는 길 골목입구 반찬가게 하루 종일 팔다 남은 생선상자에 손바닥 보다 작은 눈뽈대* 올망졸망 종일 먼지에 시달리고 볕에 그을린 떨이 생선 비늘 긁고 아가미 뒤집고 먹물 같은 바다 헤엄쳐 온 눈뽈대 내일 아침에는, 너덜 같은 내 집 옥상 빨..
2012.12.08 -
**[아침의 시]원 광-떠나는 산**
떠나는 산 / 원 광 山은 꼼짝 못하고 있다. 하늘이 곳에 내려와 지키고 길이란 길은 모두 달려와 붙들고 山은 거기서 움직일 수가 없다. 철따라 벗었다 입었다 그러나 山은 날마다 떠나고 있다. 들을 바라보며, 山에서. 山이 떠날 땐 바람이 일고, 바람 따라 따라오는 모든 길을 거느리고 하..
2012.12.07 -
**[아침의 시]김규태-멸치의 죽음**
멸치의 죽음 / 김규태 우리도 수많은 멸치떼처럼 어디에서나 불시에 죽게 되어 있다. 멸치의 떼죽음은 아무도 슬퍼하지 않듯이 그렇게 잊혀져가는 죽음들도 얼마든지 있다. 기장 대변 바닷가 은빛으로 눈부시게 살다가 죽어서도 은빛을 버리지 않고, 그물에서 무참히 털리고 있다. 진황..
201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