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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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원구식-'맑'스**
'맑'스 / 원구식 '맑'스는 맑음의 덩어리, 혹은 당원을 친 이념의 빵. 칼 막 쓰지 마라. 반박이 불가능한 이 빵에 입을 대는 순간 포도주보다 붉은 혁명의 밤이 촛불처럼 타오른다. 너 이념 장사꾼이지? 칼 막 쓰지 마라. 이 빵으로 인해 세상은 맑거나 맑지 아니하며 공평하거나 공평하지 아..
2012.12.04 -
**[아침의 시]김수영-눈**
눈 /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
2012.12.03 -
**[아침의 시]박남수-서쪽, 그 실은 동쪽**
서쪽, 그 실은 동쪽 / 박남수 나의 전모를, 지금 내 스스로의 눈으로는 볼 수가 없다. 어둠 속에 묻혀 조금은 그을음까지 앉았을 나의 전모를 산타 모니카 해안에 앉아 멀리 서역을 바라보면서 동방의 사람, 나 朴南秀는 여기서는 서쪽, 그 실은 해뜨는 동쪽 조국을 생각한다. 조국의 사람..
2012.11.29 -
**[아침의 시]정일근-바다가 보이는 교실-유리창 청소**
바다가 보이는 교실 <유리창 청소> / 정일근 참 맑아라 겨우 제 이름밖에 쓸 줄 모르는 열이, 열이가 착하게 닦아놓은 유리창 한 장 먼 해안선과 다정한 형제섬 그냥 그대로 눈이 시린 가을 바다 한 장 열이의 착한 마음으로 그려놓은 아아, 참으로 맑은 세상 저기 있으니 -시집 '바다가..
2012.11.27 -
**[아침의 시]강남주-숫돌(砥石)**
숫돌(砥石) / 강남주 날을 세우기 위하여 시퍼런 날이 서는 순간을 위하여 돌은 지금 무너지고 있다. 칼날은 섰다가 무디어지고 칼날은 섰다가 무디어지고 끝내는 쓸모없는 쇠붙이가 될 텐데 순간순간의 빛나는 파편을 잡기 위하여 견고한 지층이 지금 이렇게 마멸되고 있다. -시문학 동..
2012.11.26 -
**[아침의 시]성수자-비 밀**
비 밀 / 성수자 수면 위로 솟았던 잠망경 내리고 조용히 물속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내가 가진 낱말 앞에 날개를 달기까지 느낌 하나로 지켜봐 주세요 세상에 열린 귀 너무 많아요 닫힌 귀 여는 사람 너무 많아 넘치는 말들이 물 위에 쏟아져 때아닌 홍수에 기절할 뻔 했어요 조심하세요 말..
201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