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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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박현수-적멸보궁**
적멸보궁 ◈박현수◈ 적멸보궁은 언제나 적막 꼭대기에 세운다 돌층계마다 고요가 한 계단씩 높아진다 언덕 위엔 새 발자국만 한 집 한 채 얹어 놓았다 투명한 사리 몇 알 낳으시고 부처님은 출타 중이시다 ------------------------------------------------------------- ▶박현수=(1966~ ) 경북 봉화출생 19..
2016.03.16 -
**[가슴의 시]김정운-양지쪽**
양지쪽 ◈김정운◈ 따스한 볕이 드는 쪽으로 화분을 옮겨 놓았어요 베고니아 꽃봉오리 팔순의 할머니 여우잠 같아요 관음죽을 보면 대나무가 둘러서 있는 집 백부님의 파안대소가 떠오릅니다 채송화 꽃눈을 가진 이름도 가물거리는 아이 반질거리는 옷소매 꽃잎 아이비가 재잘 재잘거..
2016.03.09 -
**[국제시단]이성호-광안대교**
광안대교 ◈이성호◈ 꿈으로 열어 놓은 파란색 지도 위로 곧게 뻗어 내어 건 시대의 랜드마크 부산항 전면에 깔고 자랑이 한창이다. 발품 판 바닷가로 해를 안고 돌아와서 명품의 고운 길이 세월을 낚아채고 더러는 불꽃도 올려 경품들을 쏟아낸다. 정든 이 정을 묻어 모여 온 소식으로 ..
2016.03.07 -
**[가슴의 시]윤동주-서시(序詩)**
Notchi Tzikha(밤은 고요하다) .. Svetlana 서시(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16.03.01 -
**[국제시단]이명우-호상**
호 상 ◆이명우◆ 오남매가 모여서 누가 어머니를 모실까, 상의하였다. 다들 모시지 않는 이유를 들이밀었다. 장례식장에 오남매가 다시 모였다. 관에 매달려서 울음을 터트렸다. 구십 넘은 노모는 제 집을 찾은 양 너무나 편안하게 누워 있다. 자식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장의사가 수..
2016.02.29 -
**[가슴의 시]최명란-쌀 위에 쓴 편지**
쌀 위에 쓴 편지 ◆최명란◆ '당신 수고' 베란다에 늘어둔 벌레 생긴 쌀 위에 오그라든 손가락으로 쓴 그대의 편지 그대가 내게 건넨 최초의 호명 그대가 내게 전한 최후의 인사 비장하고 아릿한 그 한 마디에 우리가 알처럼 들어앉았던 풀숲에서 산고양이가 울음으로 답했다 자연이 되어..
201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