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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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김만옥-딸아이의 능금**
딸아이의 능금 ◆김만옥◆ 봄비가 다녀간 담장밑 양지쪽에 어느날 딸아이가 능금씨 심는다 봄이 다 가고 여름이 와도 싹은 나지 않고 가슴 죄는데 가을이 다 가고 겨울이 와서 까마득 그 일 다 잊어버릴 때 딸아이 마음 속에 능금꽃 필까 딸아이 마음 속에 능금이 열릴까 딸아이에게 퇴비..
2015.12.17 -
**[행복한 시]<022>최영미-월동준비**
월동준비 ◆최영미◆ 그림자를 만들지 못하는 도시의 불빛.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 인간이 지겨우면서 그리운 밤. 애인을 잡지 못한 늙은 처녀들이 미장원에 앉아 머리를 태운다 지독한 약품냄새를 맡으며 점화되지 못한 욕망. 올해도 그냥 지나가는구나 내 머리에 손댄 남자는 없었어. ..
2015.12.14 -
**[행복한 시]<020>미겔 에르난데스-그대가 없다면**
Meditation - Phil Coulter 그대가 없다면 ◆미겔 에르난데스◆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외로운 두 개의 개미집일 따름입니다. 그대의 손이 없다면 내 손은 고약한 가시다발일 뿐입니다. 달콤한 종소리로 나를 가득 채우는 그대의 붉은 입술이 없다면 내 입술도 없습니다. 그대가 없다면 내 ..
2015.12.10 -
**[행복한 시]<021>이진명-모래밭에서**
모래밭에서 ◆이진명◆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갑자기 알아차리게 된 이즈음 외롭고 슬프고 어두웠다 나는 헌것이 되었구나 찢어지고 더러워졌구나 부끄러움과 초라함의 나날 모래밭에 나와 앉아 모래장난을 했다 손가락으로 모래를 뿌리며 흘러내리게 했다 쓰라림 수그러들지 않..
2015.12.10 -
**[가슴의 시]이덕규-강변 유정 -소월에게**
정훈희-엄마야누나야 강변 유정 -소월에게 ◆이덕규◆ 큰물이 굽이쳐 휘돌아나가면서 상류에서 휩쓸려 내려온 모래알들이 쌓이고 쌓인 곳, 강변의 작은 모래밭에 살았습니다 강물이 무슨 산고의 진통 끝에 새끼를 낳아 품듯이 지적도 등기도 없는 그 무국적의 반짝이는 금모래밭을 돌아..
2015.12.07 -
**[아침의 시]박소영-마른풀**
마른풀 ◆박소영◆ 바람에 흔들리다 강 쪽으로 자꾸만 기울어지는 건 얼음물 속 어린 고기들 이야기 들으려는 것이겠지 하늘연못에 머리칼 헹구고 고개 젖히는 것은 가뭇없이 날아가는 새들 이별을 마중하기 때문이리라 하늘 높이 떠 있는 해에게 물어보는 말 아무리 맡아도 싫지 않은 ..
201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