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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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신경림-세밑**
세 밑 -신경림-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뒤돌아본다.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우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새소리의 기쁨을 비로소 안 한 해를. 비탈길을 터벅거리며 뒤돌아본다. 저물녘 내게 몰아쳐온 이 바람, 무엇인가, 송두리째 나를 흔들어놓는 이 폭풍 이 비바람은 무엇인가, 눈..
2015.12.31 -
**[가슴의 시]박재삼-십이월(十二月)**
< 십이월(十二月) ◆박재삼◆ 욕심을 털어 버리고 사는 친구가 내 주위엔 그래도 일할(一割)은 된다고 생각할 때, 옷벗고 눈에 젖는 나무여! 네 뜻을 알겠다 포근한 십이월(十二月)을. 친구여! 어디서나 당하는 그 추위보다 더한 손해를 너는 저 설목(雪木)처럼 견디고 그리고 이불을 덮..
2015.12.29 -
**[국제시단]김길녀-서정춘 연애학개론**
서정춘 연애학개론 ◆김길녀◆ 선배시인 딸 결혼식 뒤풀이 광화문 근처 까페에 둘러 앉아 서로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세 번째 만난 노시인 한 권 인생사를 황금키위 쥬스 홀짝이며 듣는다 2살부터 함께 한 새엄마 페이지에선 울보시인답게 눈물 바람이다 마스카라 번지는 것도 잊은 채 ..
2015.12.28 -
**[가슴의 시]김재혁-밥**
Unspoken Words - Hiko 밥 -김재혁- 그대와 나 사이에 밥솥을 걸고 조금 기다린다. 지난여름을 울어 주던 뻐꾸기 소리를 생각하며 조금 더 기다린다, 기다림이 익기를. 생활은 양식과 같다고 밥솥에게 말하며 각자의 가슴에게 던지며 차가운 겨울엔 지난여름의 매미를 생각한다. 소낙비처럼 쏟..
2015.12.23 -
**[국제시단]박진규-노안(老眼)이 온 뒤**
노안(老眼)이 온 뒤 ◆박진규◆ 사람이 느티나무를 통과하는 것이 다 보일 정도다 어제는 낯선 이에게 인사하고 혼자 웃었다 읽던 책을 덮고 책이 된 나무를 생각하였다 물을 마시려다 물에게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용건 없이 누구에게 불쑥 전화를 해보았다 네가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
2015.12.21 -
**[행복한 시]<023>김병호-세상 끝의 봄
세상 끝의 봄 ◆김병호◆ 수도원 뒤뜰에서 견습 수녀가 비질을 한다 목련나무 한 그루 툭, 툭, 시시한 농담을 던진다 꽃잎은 금세 멍이 들고 수녀는 떨어진 얼굴을 지운다 샛길 하나 없이 봄이 진다 이편에서 살아보기도 전에 늙어버린, 꽃이 다 그늘인 시절 밤새 혼자 싼 보따리처럼 깡마..
201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