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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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427>나희덕-벗어놓은 스타킹**
벗어놓은 스타킹 ◆나희덕◆ 지치도록 달려온 갈색 암말이 여기 쓰러져 있다 더 이상 흘러가지 않을 것처럼 生의 얼굴은 촘촘한 그물 같아서 조그만 까끄러기에도 올이 주르르 풀려나가고 무릎과 엉덩이 부분은 이미 늘어져 있다 몸이 끌고 다니다가 벗어놓은 욕망의 껍데기는 아직 몸..
2015.06.19 -
**[행복한 시]<426>김민자-슬픔의 빛깔**
슬픔의 빛깔 ―보육원 아이 정아에게- ◆김민자◆ 반짝이는 것들에게는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슬픔이 있어 길을 걷다 보면 늘 온전한 것보다 부서지고 깨진 것들 훨씬 반짝거려 강물이 그렇듯 반짝이는 것도 부서지고 깨진 돌멩이 강바닥에 모여 있기 때문일 거야 떠나온 곳에서 한 발 더 ..
2015.06.18 -
**[국제시단]원무현-이웃 여자와 수선**
Seven Daffodils(일곱송이 수선화) - Carol Kidd 이웃 여자와 수선 ◆원무현◆ 남편 저녁상에 상치며 쑥갓 올리려고 아이를 업은 채 채마밭에 든 아낙이여 만 원짜리 파마머리가 숨죽은 지 오랜 어부의 아내여 알뜰살뜰 살아가는 그대에게도 숨이 넘어갔다 넘어오는 황홀경을 꿈꾸는 그런 여자가..
2015.06.16 -
**[행복한 시]<425>박의상-산에가는이유,의역사**
산에가는이유,의역사 ◆박의상◆ 산에 갔지 처음엔 꽃을 보러 갔지 새와 나무를 보러 갔지 다음엔 바위를 보러 갔고 언제부턴가 무덤을 보러 갔지 그리고 오늘부터는 저것들 보자고 산에 가지 산 아래 멀리 저어기 강가의 새 도시에 우뚝 선 것들, 번쩍이고 으르렁대는 세상에, 저 예쁜 ..
2015.06.15 -
**[가슴의 시]나희덕-거리**
거 리 ◆나희덕◆ 이쯤이면 될까. 아니야. 아니야. 아직 멀었어. 멀어지려면 한참 멀었어. 이따금 염주 생각을 해봐. 한 줄에 꿰어 있어도 다른 빛으로 빛나는 염주알과 염주알, 그 까마득한 거리를 말야. 알알이 흩어버린다 해도 여전히 너와 나, 모감주나무 열매인 것을. ----------------------..
2015.06.13 -
**[행복한 시]<424>김선굉-등대**
등 대 -김선굉- 저 등대를 세운 사람의 등대는 누가 세웠을까. 물의 사람들은 다 배화교의 신자들. 폭우와 어둠을 뚫고 생의 노를 저어 부서진 배를 바닷가에 댄다 등대 근처에 아무렇게나 배를 비끄러매고, 희미한 등불이 기다리는 집으로 험한 바다 물결보다 더 가파른 길을 걷는다. 내 ..
201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