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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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353>정재학-반도네온이 쏟아낸 블루**
Astor Piazzolla - La Cumparsita 피아졸라의 반도네온(Bandoneon) 연주 반도네온이 쏟아낸 블루 ◇정재학◇ 항구의 여름, 반도네온이 파란 바람을 흘리고 있었다 홍수에 떠내려간 길을 찾는다 길이 있던 곳에는 버드나무 하나 푸른 선율에 흔들리며 서 있었다 버들을 안자 가늘고 어여쁜 가지들이 ..
2014.12.26 -
**[가슴의 시]이순희-산 그림자**
산 그림자 ◇이순희◇ 그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래도 그에게 온갖 이야기를 털어놓고 간다 자신의 비밀과 허물을 뱀처럼 벗어 놓고서 다행히 그에겐 모든 걸 숨겨 줄 깊은 골짜기가 있다 그런 그가 깊고 조용한 그녀를 보는 순간 그동안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다 ..
2014.12.24 -
**[행복한 시]<352>김윤한-비키니 옷장**
비키니 옷장 ⊙김윤한⊙ 지퍼를 열면 볼 시린 가족의 일상들이 차곡차곡 접혀 있었다 마당이 없었지만 대신 넓은 하늘이 있었고 바깥이 매섭도록 추웠으므로 연탄아궁이는 더 따뜻했다 단칸 셋방이었지만 언제나 방보다 수천 배 큰 꿈이 있었다 비록 좁은 방 한구석에서 맑은 가난을 지..
2014.12.24 -
**[가슴의 시]유은경-엄마와 딸**
엄마와 딸 ◇유은경◇ "나 혼자 얼마나 쓰겠냐?" 아껴둔 냄비, 수세미 행주까지 싸 주시는 외할머니. "어머니 두고 쓰세요." 엄마는 가만 밀어 놓는다. "나 혼자 얼마나 먹겠냐?" 배 한 개 사과 두 알 꼭꼭 싸 주시는 외할머니. "뒀다, 어머니 드세요." 엄마는 도로 꺼내 놓는다. 주거니 받거니..
2014.12.23 -
**[국제시단]천향미-산복도로**
산복도로 ◇천향미◇ 길에 대한 명상은 첫 호흡부터 숨이 가빠왔어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오른 타워 전망대에서 산복도로가 있는 마을을 내려다 본 적 있었어 비늘을 세운 뱀 한 마리 산허리를 휘돌아 바다 쪽으로 꼬리를 감추었어 가난한 사람들의 공화국은 산의 칠 부 능선에 자리하고 ..
2014.12.23 -
**[행복한 시]<349>김현-ㅅ**
ㅅ -김현- 말하렴 너에게 마지막 밤이 추적추적 내려올 때 너에게는 이야기가 있고 너는 이야기를 눈처럼 무너뜨리거나 너는 이야기를 비처럼 세울 수 있다 그 질서 있는 밤에 너에게 안개 또한 펄펄 내려올 때 들어보렴 맨 처음 네가 간직했던 기도를 너의 공포를 너의 공허를 너의 공갈..
2014.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