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
**[행복한 시]<357>강기원-죽**
죽 -강기원- 죽집에 간다 홀로, 혹 둘이라도 소곤소곤 죽처럼 조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죽을 기다린다 죽은 오래 걸린다 그러나 채근하는 사람은 없다 초본식물처럼 그저 나붓이 앉아 누구나 말없이 죽을 기다린다 조금은 병약한 듯 조금은 체념한 듯 조금은 모자란 듯 조그만 종지에 담겨..
2015.01.05 -
**[맛있는 시]이성희-겨울밤이 오면-겨울제祭1**
겨울밤이 오면-겨울제祭1 ⊙이성희⊙ 겨울밤이 오면, 잠들지 못하는 겨울밤이 오면 어찌할 거나, 할머니 이빨 빠진 잇몸 사이로 흘러 다니는, 머리 없는 귀신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밤 허공에 실핏줄이 서는 전신줄의 귀곡성도 울리지 않는 겨울밤, 내밀한 창문의 불빛을 흔드는 메밀묵 ..
2015.01.03 -
**[가슴의 시]이창기-겨울 아침의 역사**
겨울 아침의 역사 ◇이창기◇ 겨울이 오면 이 땅의 어머니들은 누구나 한두 번쯤 아침 밥상을 차리다 말고 무슨 액땜이라도 하는 양, "야, 밤새 눈이 하얗게 쌓였네" 하고 들릴락말락하게 내뱉는다. 그릇 부딪는 소리, 얌전한 도마 소리에 취해 두툼한 솜이불 한 귀퉁이씩 붙들고 늦잠을 ..
2015.01.02 -
**[행복한 시]<356>이해인-해를 보는 기쁨**
해를 보는 기쁨 ◇이해인◇ 해 뜨기 전에 하늘이 먼저 붉게 물들면 그때부터 내 가슴은 뛰기 시작하지 바다 위로 둥근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아침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살고 싶고 또 살고 싶고 웃고 싶고 또 웃고 싶고 슬픔의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어제의 내가 아님에 내가 놀라네 날마다..
2015.01.02 -
**[행복한 시]<354>최승철-공중전화 박스를 나오며**
&#10;&#10; 공중전화 박스를 나오며 ◇최승철◇ 방금 나간 여자의 체온이 수화기에 남아 있다. 지문 위에 내 지문이 더듬는 점자들, 비벼 끈 담배꽁초에 립스틱이 묻어 있다. 간헐적으로 수화기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로운 사람은 쉽게 절박해진다. 모서리에 매달려 있는 ..
2014.12.30 -
**[국제시단]곽현의-새 생명의 탄생**
새 생명의 탄생 ◇곽현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생명, 이 땅 위에 새 빛을 안고 온 네 모습의 영역(領域)은 온 세상 전부다 대자연의 순리여 오랜 진통 끝에 탄생의 순간을 돌출해낸 경이(驚異)로움이여 축복의 순간이다 신의 축복으로 한 인간이 탄생된 것이다 우주를 휘젓고 오늘, 이 순..
201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