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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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350>이향지-풀눈꽃눈 뜨니**
풀눈꽃눈 뜨니 ◇이향지◇ 배가 고프다. 땅거미가 가장 먼저 바위틈에서 기어 나온다. 엄동 직전 폭설에 떠밀린 냉동사마귀가 땅거미의 밥이다. 깊은 눈 속에 자연 저장되어 있던 냉동메뚜기 냉동여치가 땅거미의 밥이다. 풀눈꽃눈 뜨니, 깡총거미도 배가 고프다. 모두가 전광석화처럼 ..
2014.12.19 -
**[행복한 시]<349>유자효-아직**
아 직 -유자효- 너에게 내 사랑을 함빡 주지 못했으니 너는 아직 내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내 사랑을 너에게 함빡 주는 것이다 보라 새 한 마리, 꽃 한 송이도 그들의 사랑을 함빡 주고 가지 않느냐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그들의 사랑이 소진됐을 때 재처..
2014.12.18 -
**[가슴의 시]이용악-그리움**
그리움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우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
2014.12.17 -
**[행복한 시]<348>이강하-노을**
노 을 -이강하-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항구다 네 모습이 붉다 내 모습도 붉다 무수한 생명이 남겨놓은 소리 양면성을 지닌 발자국 소리가 빛의 균열에 순응하면 파르르 오감을 느끼는 노을 속 구멍들 먼 바다를 향해 붉은 깃을 세운다 펄럭거리던 돛, 아득히 밀려드는 섬의 물결 지나간..
2014.12.15 -
**[행복한 시]<347>허혜정-앨범 속의 방**
앨범 속의 방 ⊙허혜정⊙ 검은 마분지로 만들어진 갈피마다 하얀 습자지로 덮여 있는 빛바랜 사진들. 하나의 방처럼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모여든 얼굴들이 기억의 영사기에 비춰오듯 흐릿하다. 딱히 언제 사진인지 짚어낼 순 없어도 앨범 속에 죽어 있던 풍경이 스며드는 방. 산 자와 죽..
2014.12.12 -
**[가슴의 시]박덕규-독서**
독 서 -박덕규- 나는 가끔 소리 내 책을 읽는다. 그러다 갑자기 울컥 해서 목이 멜 때가 있다. 무슨 슬픈 장면이어서가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방에 누워 책을 소리 내 읽고 있는데 뒤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계시던 어머니가 어느 대목에선가 쯧쯧 딱하지, 하고 혀를 차셨다. 그 소리가 책 ..
201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