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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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임윤-구름두부**
구름두부 ◈임 윤◈ 하늘하늘 두부가 떠다닙니다 백양나무에 걸렸다 옥수숫대에 미끄러지기도 하는 구름알갱이 회오리치는 가마솥 목화솜처럼 뭉쳐서 두부가 됩니다 시든 호박꽃 가슴에 늘어뜨린 칠순 누이 나무주걱으로 구름을 떠 담아냅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남동생이 고봉 그릇을 ..
2016.10.18 -
**[가슴의 시]김수우-푸른 꼭지점**
푸른 꼭지점 ◈김수우◈ 미루나무 두 그루, 키를 나란히 하고 늙어갑니다 바람 불거나 불지 않거나 제자리 디디고 디딥니다 그저 서로 바라보는 것도 큰 경영이라 뒤꿈치 단단해질수록 나란나란 깊어가는 두 그루 고요 북극성 도착하는 꼭지점입니다 ------------------------------------------------..
2016.10.17 -
**[가슴의 시]박희진-은자의 감화력**
은자의 감화력 ◈박희진◈ 곁에 은자가 즈믄해 고요인 양 단좌하여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엄청 맑아진 공기를 느껴요. 시력도 좋아진 듯 먼 산 바위의 주름살이나 이끼도 보여요. 먹통이던 귀도 열려서 은자의 가슴속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려요. 그러면 나도 살고 싶어져서 입..
2016.10.16 -
**[가슴의 시]박정대-여진(女眞)**
여진(女眞) ◈박정대◈ 문득 치어다본 하늘은 여진의 가을이다 구름들은 많아서 어디로들 흘러간다 하늘엔 가끔 말발굽 같은 것들도 보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여진의 살내음새 불어온다 가을처럼 수염이 삐죽 돋아난 사내들 가랑잎처럼 거리를 떠돌다 호롱불, 꽃잎처럼 피어나는 밤이 ..
2016.10.04 -
**[아침의 시]김현승-가을의 기도**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
2016.10.03 -
**[국제시단]김효연-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드 펀딩 ◈김효연◈ 만두 먹는 중에 걸려온 전화 원고료 넣을 계좌를 물어 고소한 만두소를 꿀꺽 삼키고 수화기를 입에 바싹 대고는 전혀 마음에 없는 소리를 지껄인다 '그냥 책으로 대신하겠다는…' 그 속까지 훤히 아는 시인은 그럼에도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적지만 꼭 보..
201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