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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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김민정-피날레**
피날레 ◆김민정◆ 혁대로 내 목을 조이는 걸 그저 바라만 보고 있으니까 그는 떠났다 한 시인이 닭에게 그러했듯 나를 먹일 수는 있었으나 나를 잡을 수는 없었던 예민한 그였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오늘, 그의 뒷주머니에 선물로 찔러 넣었던 오른손이 되돌아왔다 (하략) --------------------..
2015.06.28 -
**[시있는 아침]파블로 네루다-젊음**
젊 음 ◆파블로 네루다◆ 길가에 서 있는 자두나무 가지로 만든 매운 칼 같은 냄새,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손가락 끝에서 미끄러지는 생기의 방울들, 달콤한 성적(性的) 과일, (…) 빗속에서 뒤집어엎은 램프처럼 탁탁 튀며 타오르는 한창 때. -------------------------------------------------..
2015.06.28 -
**[시있는 아침]조수옥-하지**
( Ara Gevorgian -'Dvin') 하 지 -조수옥- 서당골 코빼기산 닭 벼슬바위가 거뭇하다 툇마루에 앉아 책을 보는데 객지에 산다는 동창 부음을 받고 가슴께에 조등을 내건다 감나무 아래 늙은 개가 땅바닥에 졸음을 내려놓았는데 한 평 그늘이 묘혈 같다 마늘단이 까실히 말라가고 처마 밑 제비 살..
2015.06.23 -
**[시있는 아침]서정춘-달팽이 약전(略傳)**
달팽이 약전(略傳) ◆서정춘◆ 내 안의 뼈란 뼈 죄다 녹여서 몸 밖으로 빚어낸 둥글고 아름다운 유골 한 채를 들쳐 업고 명부전이 올려다 보이는 뜨락을 슬몃슬몃 핥아가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생이 있었다 --------------------------------------------------------------- ▶서정춘=(1941~ )전남 순천 출생 -1..
2015.06.20 -
**[시있는 아침]박완호-앉은뱅이고추밭으로 부는 바람**
Richard Clayderman의 피아노 연주곡.. 앉은뱅이고추밭으로 부는 바람 ◆박완호◆ 마땅한 찬거리가 없는 저녁 무렵이면 할머니 담장 옆 손바닥만 한 고추밭에 난쟁이처럼 쪼그리고 앉은뱅이고추를 한 바가지나 따시네 매운맛 되게 풍기는, 삼복의 논두렁을 겨우 건너온 할아버지 구부정한 발..
2015.06.18 -
**[시있는 아침]강신애-꽃, 상징사전**
꽃, 상징사전 ◆강신애◆ 조향사는 향수를 쓰지 않는다 봉오리에 영근 향이 폭발하는 찰나의 입회, 천연의 몽환을 포집하기 위해 늘 백지다 향은 태양이 물 주어 기른 지상의 기호사전 엉킨 실마리 찾아 꽃에 묶인 상징의 색인을 펼쳐내고 후각의 팔레트에 비비고 섞으며 녹음 어우러진 ..
201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