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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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이능표-6월 15일**
6월 15일 ◆이능표◆ 고요한 밤 집집마다 문 닫고 자는데 성안 가득 비바람이 찬 하늘에 몰아친다. “점치세요!” 외치는 이 어느 집 자식일까? 내일 아침 쌀 살 돈이 모자라는 모양이다.* 밤 새워 글을 짓지만 남는 것은 언제나 연필 한 자루 가장 된 삼십 년 살아온 절반이 빚이었는데 빚..
2015.06.15 -
**[시있는 아침]이우걸-기러기 1**
기러기 1 ◆이우걸◆ 죽은 아이의 옷을 태우는 저녁 머리칼 뜯으며 울던 어머니가 날아간다 비워서 비워서 시린 저 하늘 한복판으로 ------------------------------------------------------------- ▶이우걸-(1946~ )경남 창녕 출생. 1972년 《월간문학》당선, 1973년 《현대시학》등단. 시집 『지금은 누군가 ..
2015.06.14 -
**[시있는 아침]강영은-묵매(墨梅)**
> 묵매(墨梅) ◇강영은◇ 휘종의 화가들은 시(詩)를 즐겨 그렸다 산 속에 숨은 절을 읊기 위하여 산 아래 물 긷는 중을 그려 절을 그리지 않았고 꽃밭을 달리는 말을 그릴 때에는 말발굽에 나비를 그리고 꽃을 그리지 않았다 몸속에 절을 세우고 나비 속에 꽃을 숨긴 그들은 보이지 않는 ..
2015.06.11 -
**[시있는 아침]이선영-수박을 들고 가는 사람**
Ara Gevorgian -'Dvin' 수박을 들고 가는 사람 ◆이선영◆ (…) 쩌어억 쩌르럭 속이 벌어지기 전에는 아직 마법에 걸리기 전의 허드레 호박이나 다름없는 덩어리이련만 저이의 입꼬리에 담긴 결의와 수고로운 팔다리를 보라, 잘 익은 붉은 태양이라도 담아가는 듯한 기세 아닌가! -------------------..
2015.06.10 -
**[시있는 아침]이병률-고양이가 울었다**
고양이가 울었다 ◆이병률◆ 고양이 한 마리가 동네 골목에 살았다 검은 비닐봉지와 살았다 검은 봉지 부풀면 그것에 기대어 잠들었고 검은 봉지 위로 빗물이 떨어지면 그것을 핥아 먹으며 살았다 어느 날 검은 봉지가 사라졌다 바람에 날리기도 하였을 것이고 누군가 주워가기도 하였..
2015.06.09 -
**[시있는 아침]이근화-소울 메이트**
소울 메이트 ◆이근화◆ 우리는 이 세계가 좋아서 골목에 서서 비를 맞는다 젖을 줄 알면서 옷을 다 챙겨 입고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잃어버렸던 비의 기억을 되돌려주기 위해 흠뻑 젖을 때까지 흰 장르가 될 때까지 비의 감정을 배운다 (…) 우리는 우리가 좋은 세계에서 흠뻑 젖을 수 있..
201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