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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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천양희-직소포에 들다**
직소포에 들다 ◇천양희◇ 폭포 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구나. 관음산 정상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정상이란 생각이 든다 피안이 이렇게 가깝다. 백색..
2014.12.15 -
**[시있는 아침]기오르기오스-아시니 왕**
아시니 왕 ◎기오르기오스 세페르리스◎ 햇살 내리쬐는 쪽은 길고 드넓게 펼쳐진 해변, 그리고 빛, 거대한 벽에 박힌 금강석들을 때리는. 살아있는 것은 아무 것도, 야생 비둘기들 사라졌다. 그리고 아시니 왕, 우리가 찾아 다닌 지 이제 2년인 그가, 안 알려진 채, 모두에게 잊혀져 심지어..
2014.12.14 -
**[시있는 아침]양채은-나비의 춤**
나비의 춤 ◇양채은◇ 너울대며 춤을 추듯 떨어지는 낙엽들 나비가 되고 싶었던 거야 무심한 사람들 발에 밟히는 일이 두려웠던 거야 어느덧 깊어진 무리 속에 있다는 것이 맥없이 홀로서기를 하는 것보다 위안이 될 만큼 함께하는 일들에 대해 길들여져 있던 거야 혼자서는, 혼자서는 ..
2014.12.14 -
**[시있는 아침]김행숙-목의 위치**
목의 위치 ◇김행숙◇ 기이하지 않습니까. 머리의 위치 또한, 목을 구부려 인사를 합니다. 목을 한껏 젖혀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당신에게 인사를 한 후 곧장 밤하늘이나 천장을 향했다면. 그것은 목의 한 가지 동선을 보여줄 뿐, 그리고 또 한 번 내 마음이 내 마음을 구슬려 목..
2014.12.11 -
**[시있는 아침]고형렬-유리체를 통과하다**
유리체를 통과하다 ◇고형렬◇ 눈 밖에 나 있는 존재들 직접 들어올 수 없지만 직립의 낯선 빛은 무한의 깊이로 창을 통과한다 선 채 밑바닥 없이 붙어 염파를 뒤흔든다 빛의 얼굴 밑으로 나는 나를 집어넣으려 한다 조용히 착상하는 피안의 그림자 정원 상공을 건너와, 평면이 되는 빛 ..
2014.12.10 -
**[시있는 아침]김혜순-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 ⊙김혜순⊙ 새라고 발음하면 내 몸에서 바람만 남고 물도 불도 흙도 다 사라지는 듯 그 이름 새는 새라는 이름의 질병인가 새는 종유석 같은 내 뼈에서 바람 소리가 나게 한다 날지 못하는 새들은 다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죽일 새도 없으니 산 채로 자루에 넣어 구덩이에..
201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