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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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안현미-축 생일**
< .축. 생일 ⊙안현미⊙ 오늘은 내 생일인데 밥상이 날아가고 핸드폰이 날아가고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던 삼겹살이 날아가고 소주병이 날아가고 뜻밖의 밤 오늘은 내 생일인데 생일 폭죽처럼 머리통이 터지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돈, 돈, 돈 우리 돈 게 분명해 뜻밖의 밤 사랑하..
2015.01.16 -
**[시있는 아침]이원-애플 스토어4**
애플 스토어4 ◇이 원◇ 젖은 비둘기를 안고 낮에 아이가 찾아왔다 억지로 물에 넣었냐고 했다 아이는 나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해질녘에 산양을 안고 아이가 찾아왔다 다리를 다쳤냐고 했다 누구 다리냐고 물을 수 없었다 한밤에 까마귀를 머리에 얹고 아이가 찾아왔다 살아 있다 새어..
2015.01.16 -
**[시있는 아침]안나 아흐마토바-무제**
무 제 -안나 아흐마토바- 공포가, 어둠 속 뭔가를 더듬으며, 달빛 이끈다 도끼한테로 벽 뒤로 들리는 불길한 소리 - 뭐지, 쥐, 유령 아니면 도둑? (…) 윤기 있는 검은 수염 사내 다락 창 밖을 휙 지난다 - 그리고 조용. 어찌나 사악하고 능란한지, 그가 성냥 숨겼고 촛불 껐다. (…) 더 낫지 차..
2015.01.11 -
**[시있는 아침]이진명-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이진명◎ 나는 나무에 묶여 있었다. 숲은 검고 짐승의 울음 뜨거웠다. 마을은 불빛 한 점 내비치지 않았다. 어서 빠져나가야 한다. 몸을 뒤틀며 나무를 밀어댔지만, 세상 모르고 잠들었던 새 떨어져내려 어쩔 줄 몰라 퍼드득인다. 발등에 깃털이 떨어진다. 오..
2015.01.08 -
**[시있는 아침]황병승-여장남자 시코쿠**
여장남자 시코쿠 ◇황병승◇ 하늘의 뜨거운 꼭지점이 불을 뿜는 정오 도마뱀은 쓴다 찢고 또 쓴다 (악수하고 싶은데 그댈 만지고 싶은데 내 손은 숲 속에 있어) 양산을 팽개치며 쓰러지는 저 늙은 여인에게도 쇠줄을 끌며 불 속으로 달아나는 개에게도 쓴다 꼬리 잘린 도마뱀은 찢고 또 ..
2015.01.06 -
**[시있는 아침]박희옥-쪽방의 겨울**
쪽방의 겨울 ◇박희옥◇ 천변 후미진 곳 두어 평 반지하 방 각성바지 폐품들이 널브러져 낮잠 자고 볕뉘만 손끝에 앉아 남은 겨울 꿰고있다. 헐렁한 자투리 시간 큰 손에 맡겨둔 채 삐걱대는 두 무릎뼈 니은으로 꺾고 앉아 한 삼년 소식없는 외아들 낡은 사진 보고있다. ------------------------..
2015.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