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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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허수경-불우한 악기**
불우한 악기 ⊙허수경⊙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 초라한 남녀는 술 취해 비 맞고 섰구나 여자가 남자 팔에 기대 노래하는데 비에 젖은 세간의 노래여 모든 악기는 자신의 불우를 다해 노래하는 것 이곳에서 차를 타면 일금 이천 원으로 당도할 수 있는 왕릉은 있다네 왕릉 어느 한 켠에 그..
2014.11.26 -
**[시있는 아침]김도언-비밀의 목적**
Old Romance - Sviridov 비밀의 목적 ◇김도언◇ 나, 목적이 없는 비밀을 갖고 싶은 적 있었죠. 그것은, 그대가 상상하는 것처럼 죽어가는 나뭇가지를 한번쯤 손으로 받쳐주는 일이거나 햇볕 쨍쨍한 아스팔트 위 달팽이를 음지의 이끼 위에 놓아주는 일처럼 근사한 일은 아니에요. (…) 비밀은 ..
2014.11.26 -
**[시있는 아침]오규원-봄과 나비**
봄과 나비 ◎오규원◎ 나비 한 마리 급하게 내려와 뜰의 돌 하나를 껴안았습니다 -계간 시와 세계-2003년 여름호- ------------------------------------------------------------- ▶오규원=(1941~2007) 1941년 경남 삼랑진에서 출생. 1965년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
2014.11.23 -
**[시있는 아침]김이듬-너는 우연히 연두**
너는 우연히 연두 ⊙김이듬⊙ 암흑 한가운데서 눈이 사라진 두개골로 물살을 가르는 심해어에게 물의 흐름과 진동을 감지하는 감각 수용기가 있을 거라 믿는다면 어두운 시간이 준 노래를 들었다면 그러기를 바라는 것이다 (…) 어이, 여기 술 더 줘! 술꾼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
2014.11.23 -
**[시있는 아침]조용미-우리가 아는 모든 빛과 색**
우리가 아는 모든 빛과 색 ◇조용미◇ 우리가 보는 모든 색이 모두 幻(환)은 아닐 것이다 저 물과 구름과 나무의 색이 모두 환이라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럼 지구의 밖에 있는 것들은, 빛나는 감마선이 철사줄처럼 길게 이어져 있는 이 우주는 거대한 별의 뿌리가 내뿜는 뜨거운..
2014.11.23 -
**[시있는 아침]신철규-유빙(流氷)**
유빙(流氷) ◇신철규◇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시계 방향으로, 나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커피 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우리는 마지..
2014.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