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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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로버트 프로스트-나의 진가**
나의 진가 ◇로버트 프로스트◇ 내 소원 중 하나는 그 어두운 나무들이, 너무 오래 되고 확고하여 산들바람 보일락말락이지만, 정말, 말하자면, 침울의 너무나 하찮은 가면 아니라, 뻗어나갔다는 거다, 운명의 모서리로까지. 나 보류는커녕 언젠가는 그것들의 광대무변 속으로 몰래 가버..
2014.12.07 -
**[시있는 아침]송경동-목발**
목 발 -송경동- 천호역을 뚫던 지하철 공사장에서 무서웠던 것은 원청도 감리도 아니었다 지하수가 새어 들어오던 측벽도 비에 젖은 400볼트 홀다선도 아니었다 그것은 목발을 짚고 철일을 하는 김씨였다 아니 철일을 하는 김씨의 목발이었다 난 그의 목발이 말을 걸 때마다 오싹했다 그..
2014.12.05 -
**[시있는 아침]진은영-사실**
사 실 -진은영- 별들이 움직이지 않는 물 위를 고요가 흘러간다는 사실 물에 빠진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 오늘 밤에도 그 애가 친지들의 심장을 징검다리처럼 밟고 물을 무사히 건넌다는 사실 한양대학교 옆 작은 돌다리에서 빠져 죽은 내 짝은 참 잘해줬다, 사실은 전날 내게 하늘색 색연..
2014.12.02 -
**[시있는 아침]김수영-꽃잎 2 **
꽃잎 2 -김수영- 꽃을 주세요 우리의 고뇌(苦惱)를 위해서 꽃을 주세요 뜻밖의 일을 위해서 꽃을 주세요 아까와는 다른 시간을 위해서 노란 꽃을 주세요 금이 간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하얘져가는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넓어져가는 소란을 노란 꽃을 받으세요 원수를 지우기 위해서 노란..
2014.12.01 -
**[시있는 아침]박정대-디베르티멘토**
디베르티멘토 ○박정대○ 창가에 앉아 있는 반가사유상을 보면 발바닥을 간질이고 싶어진다. 생각을 너무 골똘히 하니 뒤통수에 뿔이 돋지 어두워지는 창가에 앉아 반가사유상 흉내를 내다 보면 발바닥이 근질근질해진다. 아 누가 내 발바닥을 좀 간질여다오 술 마시고픈 저녁이다. 갸..
2014.11.29 -
**[시있는 아침]황인숙-비**
비 -황인숙- 아, 저, 하얀, 무수한, 맨종아리들, 찰박거리는 맨발들. 찰박 찰박 찰박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쉬지 않고 찰박 걷는 티눈 하나 없는 작은 발들. 맨발로 끼어들고 싶게 하는. ------------------------------------------------------------- ▶황인숙=1958년 12월 21일 서울출생 1984년 경향..
201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