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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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이영광-사랑의 발명**
사랑의 발명 ◇이영광◇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
2014.10.28 -
**[시있는 아침]김종삼-묵화(墨畵)**
묵화(墨畵)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김종삼=(1921∼84)황해도 은율 출생 1954년 『현대예술』에 <돌각담> 발표 1957년 전봉건, 김광림과 ..
2014.10.23 -
**[詩있는 아침]김철기-오늘은 행복 해야겠다**
Anonimo Veneziano(베니스의 사랑)/Stelvio Cipriani 오늘은 행복 해야겠다 ◇김철기◇ 하늘빛과 바람 향 구름의 그림자 까지 품어 동글 탱탱한 포도와 새로 사귀는 대추토마토 특별한 날의 내 립스틱 색 체리에 기호 성 견과류 몇 대글대글 저혈압에 한 잔씩 좋다는 와인과 외국산 국내산 브랜드별..
2014.10.22 -
**[시있는 아침]정병근-뒤 안을 나오며**
뒤 안을 나오며 ◇정병근◇ 버둥거리는 염소의 입에 소금을 먹이고 목을 따자, (…) 노파가 양은솥을 대고 피를 받아낸다 염소의 뜬 눈이 광속으로 허공을 가른다 영감이 버너불로 염소를 그을린다 불똥 속에 드러나는 염소의 얼굴 어금니를 꽉 다문 저 무표정이 무섭다 털을 다 그을린 ..
2014.10.22 -
**[시있는 아침]박장호-도망자**
도망자 ◇박장호◇ 눈 뜨면 새벽이다. 호출할 수 없는 이름이 나의 이름을 호명한다. 호출 당한 나를 쫓는 하얀 말발굽 소리를 듣는다. 지금의 반만 했을 때 나는 말의 꼬랑지를 만지작거렸다. 내 허벅지는 말의 발길질을 간신히 피했지만 내 전부가 피한 것은 아니었다. 나의 영상엔 생길..
2014.10.22 -
**[시있는 아침]박상순-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5년 뒤**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5년 뒤 ◇박상순◇ 그해, 뜨겁던 여름 나는 매일 해바라기에게 인사했다 주전자를 들고 해바라기에게 인사했다 목이 말라도 주전자의 물은 축내지 않았다 잎 큰 해바라기의 그늘 속에도 눕지 않았다 오후 두 시의 태양 아래 뜨거운 머리카락을 숙이며 해바..
201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