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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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있는 아침]황병승-앵무새**
앵무새 ◈황병승◈ 달빛은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주머니가 텅 비도록 지껄였다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떴고 등 뒤로 잎이 지고 있었다 곧 겨울이었다 무섭도록 쭉 뻗은 선로를 따라 걸었다 덜컹거리는 정신을 목적지로 이끄는 이 긴 사상(思想)의 회초리 걸음이 엉망으로 흐트러졌다 비..
2016.06.16 -
**[시있는 아침]이잠-이렇게나 많은 새들이**
이렇게나 많은 새들이 ◈이 잠◈ 이렇게나 많은 새들이 내 몽상 속에서 살 줄이야 해 뜨는 동쪽에서 해 지는 서쪽 평원을 날아다니다 휘어진 내 팔뚝에 내려앉아 줄줄이 옆구리를 붙이고 잠이 들 줄이야 잡풀 우거진 수풀을 헤치면 뽀얀 알들이 종알종알 꿈을 꾸고 있을 줄이야 새벽 창가..
2016.06.15 -
**[시있는 아침]정수자-슬픈 편대**
슬픈 편대 ◈정수자◈ 허공을 찢으며 우는 기러기떼 발톱이여 멀건 국물에 뜬 노숙의 눈발들이여 한평생 오금이 저릴 저 강변의 아파트여 ------------------------------------------------------------- ▶정수자=(1957∼ )경기도 용인 출생 1984년 세종대왕숭모네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등단 아주대학교 국..
2016.06.15 -
**[시있는 아침]캐머런 스콧-매**
매 ◈캐머런 스콧◈ 장작을 자르고 힘들게 끌어당기는 사이, 시가 연기가 트럭의 운전석을 메운다. 내가 창문을 내리자 마이크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소리친다. 저기 봐, 매야. 그는 더 소리쳤으나 나는 들을 수가 없었다. 매가 눈 덮인 들판으로 쏜살같이 곤두박질치더니 금세 들쥐 한 ..
2016.06.15 -
**[시있는 아침]박순호-바위사리**
바위사리 ◈박순호◈ 바위 하나 굴러 떨어졌네 각으로 세워졌던 삶이 강바닥을 떠돌면서 파도에 휩쓸리면서 바람이 베어가고 햇살이 파내가고 다 내어준 뒤 바위의 몸에서 뭇별 같은 모래알 사리가 쏟아져 나왔네 -------------------------------------------------------------- ▶박순호=(1973~ ) 전북 고..
2016.06.12 -
**[가슴의 시조]홍준경-노고단 원추리꽃**
노고단 원추리꽃 ◈홍준경◈ 그대 오는 길목 향해 까치발 목을 빼어 나팔 귀 쫑긋 세워 발짝 소리 기다리던 후드득 여우비에도 가슴 쿵쿵 일렁였지. 뭉게구름 두둥실 뜬 노고단 숨 가쁜 언덕 하마, 하마 기다림에 한 시절 설레었어 지쳐서 주황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도. ------------------..
201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