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詩(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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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조]서석조-覺淵寺 오디**
覺淵寺 오디 ◎서석조◎ 주지 스님, 죄 하나 슬쩍 짓고 들왔습니다 비로전 앞뜰의 저 뽕나무 말인가요? 바람에 흔들리거나 사람에 흔들리거나. 오디는 익었으니 제 갈 데를 간 것이고 보살의 배 안에서 열반을 하겠으니 그 누가 주인인가요 그냥 보고 있었지요. -----------------------------------..
2016.07.08 -
**[詩가깃든 삶]최영미-선운사에서**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
2016.07.08 -
**[한편의 시조]전연희-달맞이꽃-매창공원에서**
달맞이꽃-매창공원에서 ◈전연희◈ 쟁여 맨 옷고름도 손차양도 풀어놓고 누르다 누렇게 뜬 속엣말 그예 놓고 사위어 뼈만 남은 달빛 꽃대 위에 누웠다 -------------------------------------------------------------- ▶전연희=全蓮喜 경남 진영에서 출생 1986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과 1988년『시조문학』..
2016.07.07 -
**[시있는 아침]조수림-토(吐)한 사과**
< 토(吐)한 사과 ◈조수림◈ 사과가 뿌리에게 진액을 빨린다. 핏기가 가셔 파리해진 사과가 쪼그라들고 오그라들고. 쥐어짠 마지막 한 방울, 사과가 뿌리로 흡수된다. 뿌리 끝에서 진액이 팡팡 터질 때; 늙은 흙이 젊어진다. 봄비에 흘러온 하얀 종이꽃, 바람 타고 가지 끝에 올라앉을 때..
2016.07.04 -
**[시있는 아침]구광렬-인중의 길이**
인중의 길이 ◈구광렬◈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시절, 암모나이트 자갈구이를 먹은 뒤 후식으로 뜯어먹던 꽃 내음을 절벽 쪽에서 맡고선, 길게 손을 뻗어 꽃대를 당겨 곧장 입으로 가져가 생전 닦지 않은 이빨로 원시녀의 귓불을 깨물듯 꽃받침을 깨물고, 설태가 허옇게 낀 혓바닥으로 낭..
2016.07.04 -
**[시있는 아침]고영민-첫사랑**
Beloved - Michael Hoppe 첫사랑 ◈고영민◈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봄날 저녁이었다 그녀의 집 대문 앞에 빈 스티로폼 박스가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밤새 그리 뒹굴 것 같아 커다란 돌멩이 하나 주워와 그 안에 넣어 주었다 ---------------------------------------------------------------- ▶고영민=(1..
201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