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
**[월요일의 詩]허수경-사랑의 추억**
사랑의 추억 ◈허수경◈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은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
2016.10.10 -
**[수요일의 詩]이상국-먼 데 어머니 심부름을 갔다 오듯**
Yesterday - Giovanni Marradi 먼 데 어머니 심부름을 갔다 오듯 ◈이상국◈ 어느 해 봄 그것도 단 한 번 신을 짝짝이로 신고 외출을 한 다음부터 나는 갑자기 늙기 시작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진 않았지만 햇살 좋던 봄날 아침의 아무것도 아닌 실수였는데 그 일로 식구들은 나의 어딘가에서 나사..
2016.10.06 -
**[수요일의 詩]사윤수-코스모스**
코스모스 ◈사윤수◈ 코스모스가 살아온 방식은 한결같이 흔들렸다는 거다 이 바람결에 쏠리고 저 노을 쪽으로 기울며 제 반경을 끊임없이 넘어가던 그 범람이 코스모스의 모습 아니던가 가만히 서 있을 땐 속으로 흔들리는 꽃 몸이 그토록 가늘고 긴 것은 춤을 추라고 생겨난 것이다 가..
2016.10.06 -
**[월요일의 詩]조정권-산에 들 때면**
산에 들 때면 ◈조정권◈ 찔레 향 머문 자리에 누군가의 마음이 먼저 문안을 드렸구나. 느껴지는 건 山보다 山 속의 어른. 이놈아 물통처럼 서 있지 말고 옛다, 이거나 받아라. 밭에서 난 장대비 한 아름 꺽어 내게 던진다. 젖은 고구마 잎사귀들 후두둑 쏟아진다. -조정권 作 <그 어른>..
2016.10.03 -
**[월요일의 詩]신대철-가슴에 찍힌 사진**
Notchi Tzikha(밤은 고요하다) .. Svetlana 가슴에 찍힌 사진 ◈신대철◈ 삼각대 받쳐 놓고 새를 기다린다 망원렌즈 안으로 흰 구름 모이다 가고 갈대들 휘어져 들어왔다 나간다 갯벌 물골을 타고 먼 바다로 나가는 수평선. 빙빙 돌아 뭍으로 돌아오던 새들은 군무를 멈추고 황홀히 떠 있다. 나는..
2016.09.27 -
**[월요일의 詩]안평대군-꿈 속의 낙원**
명상곡-윤회 꿈 속의 낙원 ◈안평대군◈ 이 세상 어느 곳을 도원으로 꿈꾸었나 (世間何處夢桃園) 은자들의 옷차림새 아직도 눈에 선하거늘 (野服山冠尙宛然) 그림으로 그려놓고 보니 참으로 좋구나 (著畵看來定好事) 천년을 이대로 전하여 봄 직하지 않은가! (自多千載擬相傳) -안평대군..
201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