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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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詩]신달자-당신이 필요할 때**
Isadora (맨발의 이사도라) / Paul Mauriat 당신이 필요할 때 ◈신달자◈ 내가 울 때 너는 왜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나는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나는 풀이 죽어 마음으로 너의 웃음을 불러..
2016.10.31 -
**[수요일 의詩]엄재국-점등**
Dolannes Melody (도란의 미소) - Jean Claude Borelly 점 등 ◈엄재국◈ 호박꽃 활짝 열린 콘센트에 벌이 플러그를 꽂는 순간 온 세상 환합니다 넝쿨넝쿨 잎사귀 푸르게 푸르게 밝습니다 겨울, 봄, 여름…… 점멸하는 거리 울타리 세워 담장 세워 저 멀리 가을까지 닿은 전선에 늙은 호박 골골이 환..
2016.10.26 -
**[월요일의 詩]괴테-비상을 꿈꾼다면**
비상을 꿈꾼다면 ◈괴 테◈ 운명을 거역해서는 안 되지만 도망쳐서도 안 된다 그대가 운명을 마주하고 나아간다면 운명도 그대를 다정하게 끌어 줄 것이다 멀리 저 밖으로 나가기를 원하면서 그대 민첩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구나 자신에게 충실하라 또 남들에게 충실하라 그러면 이 협..
2016.10.24 -
**[월요일의 詩]박준-우리가 함께 보낸 시절**
우리가 함께 보낸 시절 ◈박 준◈ 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보면 살 만해지는 ..
2016.10.24 -
**[수요일의 詩]유안진-자식의 은혜**
자식의 은혜 ◈유안진◈ 너, 몇 살이지? 15살요 엄마께서는요? 저도 15살이에요 농담도 잘 하시네요 아뇨, 저는 얘를 낳고 엄마로 태어났거든요 얘 아빠도 그렇대요 그렇지, 부모는 자식이 낳아 키워주지 평생이 걸리지만 부모로 키워주지 서로를 낳아 키우지 닭과 달걀처럼 말과 침묵처럼..
2016.10.19 -
**[수요일의 詩]이면우-가을 저녁**
가을 저녁 ◈이면우◈ 퇴근길 버스정류장 가는 길 뒹구는 후박나무 잎새에 가만히 발 겹쳐보네 구두보다 길고 내 쪽배처럼 생긴 누런 잎 한 발로 딛고 남몰래 휘청거리네 그렇지, 물 위에 딛는 첫발은 늘 마음 먼저 출렁이지 그때 이맘때 이른 저녁 먹고 빈방에 불 켜두고 만삭인 아내 쪽..
201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