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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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詩]정진규-밥의 위대함**
밥의 위대함 ◈정진규◈ 어둠이 밤새 아침에게 밥을 멕이고 이슬들이 새벽 잔디밭에 밥을 멕이고 있다 연일 저 양귀비 꽃밭엔 누가 꽃밥을 저토록 간 맞추어 멕이고 있는 겔까 우리 집 괘종 붕알시계에게 밥을 주는, 멕이는 일이 매일 아침 어릴 적 나의 일과였던 생가에 와서 다시 매일 ..
2016.07.20 -
**[수요일의 詩]김왕노-빚**
빚 ◈김왕노◈ 아침에 어머니가 쌀을 씻으며 말하신다. 사람은 빚 없이 산다지만 다 빚으로 산단다. 저 꽃나무도 뿌리를 적신 이슬에게 빚졌지 구름도 하늘이 길 하나 빌려 주지 않으면 어떻게 구름이 구름으로 흘러갈 수가 있나. 내 아버지도 평생 네게 빚지고 저승 갔지 그 빚 다 갚으려..
2016.07.20 -
**[수요일의 詩]함민복-매미**
매 미 ◈함민복◈ 고작 칠일 울려고 땅속에서 칠년을 견딘다고 더 이상 말하지 말자 매미의 땅속 삶을 사람 눈으로 어둡게만 보지 말자 고작 칠십년을 살려고 우리는 없던 우리를 얼마나 살아왔던가 환한 땅속이여 환한 없음이여 긴긴 없었음의 있음 앞에 있음이라는 이 작은 파편이여 --..
2016.07.13 -
**[월요일의 詩]미야자와 겐지-비워서 아름다운**
비워서 아름다운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그 볏단을 들어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부질없는 짓이니 그만두라 하고 가뭄 든 때에는 눈물 흘리..
2016.07.12 -
**[수요일의 詩]복효근-벌**
벌 ◈복효근◈ 지독한 벌이다 이중으로 된 창문 사이에 벌 한 마리 이틀을 살고 있다 떠나온 곳도 돌아갈 곳도 눈앞에 닿을 듯 눈이 부셔서 문 속에서 문을 찾는 벌 - 당신 알아서 해 싸우다가 아내가 나가버렸을 때처럼 무슨 벌이 이리 지독할까 혼자 싸워야 하는 싸움엔 스스로가 적이다..
2016.07.06 -
**[월요일의 詩]이기인-편지 속에 핀 꽃**
편지 속에 핀 꽃 ◈이기인◈ 청송교도소에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밥풀냄새가 난다 그쪽도 내 독자다 지금은 봄이군요 그리고 아무 말이 없다 새순이 돋아서 좋다 꽃이 피어서 좋다 그쪽도 어쩌다 내 쪽으로 가지를 뻗어서 좋다 검열한 편지지 속에서 삐뚤삐뚤 피어난 꽃 볼펜 한자루..
201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