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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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詩]테드 휴스-가둘 수 없는 것**
가둘 수 없는 것 ◈테드 휴스◈ 사람들이 몰려서서 꿈을 꾸는 아이 같은 눈으로 최면에 걸린 듯 바라보고 있는 곳에 한 짐승의 우리가 있다 그곳엔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철창을 서성이는 분노에 찬 재규어가 있다 분노에 차서 차라리 눈은 멀었고 머릿속 핏줄이 요동치는 소리에 귀가 ..
2016.11.21 -
**[수요일의 詩]문성해-눌려진 깡통**
눌려진 깡통 ◈문성해◈ 참 요란하게도 돌아다녔다 내 몸은 통울대로 만들어진 모양 살짝만 건드려도 도시 구석구석 감춰진 소리들이 다 도망친다 누가 나를 이 차도 한복판에 차버렸을까 두개골을 우그러뜨리며 바퀴들이 지나간다 이제 바람의 희롱에 요란하게 구르지 않아도 된다 내..
2016.11.18 -
**[월요일의 詩]이덕규-종착역**
종착역 ◈이덕규◈ 이쯤에서 남은 것이 없으면 반쯤은 성공한 거다 밤을 새워 어둠 속을 달려온 열차가 막다른 벼랑 끝에 내몰린 짐승처럼 길게 한 번 울부짖고 더운 숨을 몰아쉬는 종착역 긴 나무의자에 몸을 깊숙이 구겨넣고 시린 가슴팍에 잔숨결이나 불어넣고 있는 한 사내의 나머지..
2016.11.14 -
**[월요일의 詩]한강-사라진 것들**
Beloved - Michael Hoppe 사라진 것들 ◈한 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作 <어느 늦은저녁 나는> ---------------..
2016.11.09 -
**[수요일의 詩]박태현-지붕**
지 붕 ◈박태현◈ 산은 지붕을 해마다 인다 묵은 기와를 걷어내고 추녀 끝에서 용마루 쪽으로 인다 기와 사이가 너무 넓으면 꽃으로 덮는다 무료한 지붕은 어디에도 없도록 바위가 있으면 푸른 이끼를 바르고 돌무지가 있으면 산새 소리로 촘촘히 엮는다 그 아래 사는 한지붕 식구들 기..
2016.11.09 -
**[수요일의 詩]서정춘-첫사랑**
♥첫사랑♥ ◈서정춘◈ 가난뱅이 딸집 순금이 있었다 가난뱅이 말집 춘봉이 있었다 순금이 이빨로 깨뜨려 준 눈깔사탕 춘봉이 받아먹고 자지러지게 좋았다 여기, 간신히 늙어버린 춘봉이 입안에 순금이 이름 아직 고여 있다 -------------------------------------------------------------- ▶서정춘=(1941~..
201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