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
**[수요일의 詩]김창완-운주사 돌부처님께 말 걸기**
운주사 돌부처님께 말 걸기 ◈김창완◈ 어느 별에서 망명 온 난민인지요 온몸 가득 마마 자국 더께 진 몰골에 집도 절도 없이 노숙자로 사시는 영구산(靈龜山) 운주사(雲住寺) 돌부처님 왜 하필이면 눈 뜨고 코 베어 가는 이 막돼먹은 세상에 오셨는지요 아낙네가 코 떼어 속곳 속에 감춰..
2016.05.11 -
**[월요일의 詩]박세현-말줄임표 같은 生**
말줄임표 같은 生 ◈박세현◈ 말줄임표처럼 뭔가 안다는 생각을 줄이면서 줄이다가 지치면 마음조각은 허공에 묻어도 좋겠소 바람 세게 부는 날 영서지방 아카시아 꽃잎처럼 소소하게 자기를 조금씩만 퍼내는 노동 나는 세상의 헷갈림이었소이다 삶의 바깥을 떠돌았다오 당신이 살았던..
2016.05.09 -
**[월요일의 詩]송수권-까치밥에 어린 서정**
까치밥에 어린 서정 ◈송수권◈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
2016.05.09 -
**[수요일의 詩]이정록-책 읽는 소녀**
책 읽는 소녀 ◈이정록◈ 아빠가 다닌 문 닫은 초등학교 개망초 꽃밭에 책 읽는 소녀상 혼자 남아 나머지 공부하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밤낮 똑같은 책 이십 년 넘도록 한 쪽도 못 넘기죠. --------------------------------------------------------------- ▶이정록=(1964∼)충남 홍성 출생 1993년 동아일보 ..
2016.05.04 -
**[수요일의 詩]송기원-복사꽃**
복사꽃 ◈송기원◈ 갓난애에게 젖을 물리다 말고 사립문을 뛰쳐나온 갓 스물 새댁, 아직도 뚝뚝 젖이 돋는 젖무덤을 말기에 넣을 새도 없이 뒤란 복사꽃 그늘로 스며드네. 차마 첫정을 못 잊어 시집까지 찾아온 떠꺼머리 휘파람이 이제야 그치네. ------------------------------------------------------..
2016.04.27 -
**[월요일의 詩]허난설헌-朝鮮의 그리움**
명상음악 - 진흙 속의 연꽃 朝鮮의 그리움 ◈허난설헌◈ 해맑은 가을 호수는 옥처럼 새파란데 (秋淨長湖碧玉流) 연꽃 우거진 곳에 난초배를 매었네 (荷花深處繫蘭舟) 물 건너 님을 보고는 열매 따서 던지곤 (逢郞隔水投蓮子) 행여나 누가 봤을까 반나절 부끄러웠죠 (遙被人知半日羞) -허..
201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