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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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詩]황규관-품어야 산다**
품어야 산다 ◈황규관◈ 어머니가 배고픈 아기에게 젖을 물리듯 강물의 물살이 지친 물새의 발목을 제 속살로 가만히 주물러주듯 품어야 산다 폐지수거하다 뙤약볕에 지친 혼자 사는 103호 할머니를 초등학교 울타리 넘어온 느티나무 그늘이 품어주고, 아기가 퉁퉁 분 어머니 젖가슴을 ..
2016.07.02 -
**[월요일의 詩]전동균-나를 버린다는 것**
나를 버린다는 것 ◈전동균◈ 피네스테레 세상의 끝에 닿은 순례자들은 바닷가 외진 절벽에 서서 그들이 신고 온 신발을 불태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는 청둥오리 떼 날아가는 미촌 방죽에서 매캐한 연기에 눈을 붉히며 내가 쓴 시를 불태운다 -전동균 作 <거룩한 허기> -------------..
2016.06.20 -
**[수요일의 詩]김사인-선운사 풍천장어집**
선운사 풍천장어집 ◈김사인◈ 김씨는 촘촘히 잘도 묶은 싸리비와 부삽으로 오늘도 가게 안팎을 정갈하니 쓸고 손님을 기다린다. 새 남방을 입고 가게 앞 의자에 앉은 김씨가 고요하고 환하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오두마니 자리를 지킨다는 것 누가 알든 모르든 이십년 삼십년을 거기 ..
2016.06.08 -
**[월요일의 詩]김남조-모든 것을 주는 사랑**
모든 것을 주는 사랑 ◈김남조◈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
2016.06.07 -
**[월요일의 詩]김승일-`그리움`이란 게임**
유심초 - 사랑하는 그대에게 `그리움`이란 게임 ◈김승일◈ 당신의 책갈피 속에 끼어 털어도 나오지 못하는 나 이긴 것을 모르는 당신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뚝 끊어진 신호음처럼 무표정하게 수화기 반대편에 앉아있을 당신 개미귀신 같은 저녁 불빛, 불빛 속으로 빨려 들어간 날벌레들..
2016.05.31 -
**[詩가깃든 삶]김용택-그랬다지요**
그랬다지요 ◈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 ▶..
201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