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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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詩]김영배-꽃의 입장, 너의 입장**
꽃의 입장, 너의 입장 ◈김영배◈ 날 사로잡는 너의 절제된 자태에 난 잠시 세상을 잊는다 (중략) 너의 온유와 순수에 나는 가식을 버리고 지금 두 손 모아 겸손해지려니 널 보는 나보다 날 보는 너의 사유(思惟)가 더 깊은 듯 이젠 네가 나를 주도하라 나의 동공을 쪼개는 너의 이 아름다..
2016.03.19 -
**[월요일의 詩]강세환-몽돌이 되어 만나다**
몽돌이 되어 만나다 ◈강세환◈ 노원역 뒷골목 끝에 호프집을 차렸다고 초등학교 동창생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어디서 살다왔는지 무엇을 하다 왔는지 어떤 파도와 부딪쳤는지 어떤 바람에 넘어졌는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던 고등학교 동창생이 돈을 빌리러 왔었다 얼마나 먼 길을 ..
2016.03.19 -
**[수요일의 詩]심우기-말뚝**
말 뚝 ◈심우기◈ 어린 흑염소에겐 힘은 말뚝이다 뿔이 나고 털이 억세져도 말뚝의 끈을 넘지 못한다 강한 뒷다리와 넓은 어깨로도 뽑지 못하는 말뚝은 신 늘 지는 싸움인 줄 알지만 고집은 염소 고집 돌아와 빙글빙글 돌다 제 목을 감아 옴짝달싹 못하게 될지라도 갈 데까지 가고 본다 ..
2016.03.09 -
**[월요일의 詩]최영미-고마웠다, 청춘아**
고마웠다, 청춘아 ◈최영미◈ 잠시 훔쳐온 불꽃이었지만 그 온기를 쬐고 있는 동안만은 세상 시름, 두려움도 잊고 따뜻했었다. 고맙다 네가 내게 해준 모든 것들에 대해 주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최영미作 <옛날의 불꽃> -------------------------------------------------------------- ▶최영미=(1961..
2016.03.07 -
**[수요일의 詩]조재형-하루의 사용법**
하루의 사용법 ◈조재형◈ 슬픔은 수령하되 눈물은 남용 말 것 주머니가 가벼우면 미소를 얹어 줄 것 지갑을 쫓지도 쫓기지도 말고 안전거리를 확보할 것 침묵의 틈에 매운 대화를 첨가할 것 어제와 비교되며 부서진 나 이웃 동료와 더 견주는 건 금물 인맥은 사람에 국한시키지 말 것 숲..
2016.03.02 -
**[수요일의 詩]문성해-한솥밥**
Yesterday - Giovanni Marradi 한솥밥 ◆문성해◆ 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준다 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 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냐 핀잔을 주다가 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 내가 몇 ..
201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