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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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시]장석남-뺨의 도둑**
뺨의 도둑 ◆장석남◆ 나는 그녀의 분홍 뺨에 난 창을 열고 손을 넣어 자물쇠를 풀고 땅거미와 함께 들어가 가슴을 훔치고 심장을 훔치고 허벅지와 도톰한 아랫배를 훔치고 불두덩을 훔치고 간과 허파를 훔쳤다 허나 날이 새는데도 너무 많이 훔치는 바람에 그만 다 지고 나올 수가 없었..
2015.11.18 -
**[월요일의 시]샬럿 브론테-삶이 달아나기 전에**
삶이 달아나기 전에 ◆샬럿 브론테◆ 인생은, 현자들의 말처럼 어두운 것만은 아니죠 때론 아침에 살짝 내린 비가 화창한 날을 예고하듯 가끔 어두운 구름이 하늘을 채우지만 곧 지나갈 뿐이에요 소나기가 내려서 장미를 활짝 피운다면 소나기 내리는 걸 왜 슬퍼하죠? 생각하지도 못할 ..
2015.11.09 -
**[수요일의 시]최문자-재료들**
재료들 ◆최문자◆ 어머니를 꽉 쥐면 주르륵 눈물이 쏟아진다 주원료가 눈물이다 사랑을 꽉 쥐어짜면 쓰라리다 주원료가 꺼끌꺼끌한 이별이다 매일매일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삶을 쥐어짜면 비린내가 난다 주원료가 눈이 어두운 물고기다 CT로 가슴을 찍어보면 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 ..
2015.11.04 -
**[월요일의 시]폴 베를렌-이별을 닮은 선율**
이별을 닮은 선율 ◆폴 베를렌◆ 가을날 바이올린의 기나긴 흐느낌이 가슴속에 파고들면 내 마음 설레고 쓸쓸하여라. 때를 알리는 종소리에 답답하고 가슴이 아파 지나가 버린 추억에 눈물만 흘리네 그리하여 나는 거센 바람에 여기저기 정처 없이 흘러다니는 낙엽 같아라. -폴 베를렌 ..
2015.11.02 -
**[수요일의 시]강상기-와불**
와 불 -강상기- 일어나세요 종말 같은 세상 외면할 텐가요 천지개벽 기다리는 중생을 지치게 하지 마시고 어서 일어나세요 일어날 수가 없다네 왜 그렇죠? 내가 일어서는 날은 중생의 꿈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네 와! 불이십니다 --------------------------------------------------------------- ▶강상기=(19..
2015.10.29 -
**[수요일의 시]최정아-방석**
방 석 -최정아- 낡은 방석이 비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앉혀본 것 중 가장 가벼운 빗방울을 앉히고 있지만 방석은 지금 가장 무거워지고 있다. 어느 식당에서 나왔는지 방석엔 상하가 없고 안 앉혀본 직위가 없어 온갖 비밀을 다 품고 있다. 눌렸던 무게들과 텅 비어 있던 무게들 중 어느 ..
201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