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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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족두리꽃**
족두리꽃 ◇한승원◇ 우리 막내 고모 가마 타고 시집간 첫날 상다리 휘어지는 신부상을 받았는데 상 위에는 젓가락으로 집어먹어야 할 것들 뿐이었습니다. 처녀 시절 부뚜막에 앉아 바가지에 밥을 담아 먹곤한 막내 고모는 젓가락질을 할 줄 몰랐습니다. 김치는 손으로 집어 먹고 파래지..
2020.05.12 -
**[시가 있는 월요일] 다시 사는 생이 있다면 서귀포에서 살자**
다시 사는 생이 있다면 서귀포에서 살자 ◎김효선◎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생이 있다면 한라산은 눈썹위에 두고 서귀포 물빛은 발아래 두어 노오란 과즙 향기로운 돌담 아래를 느리게 걸어 다니리라 (중략) 천지연 폭포에 귀를 씻어 번뇌를 지우고 새연교 다리를 건너면 어느새 상처도 ..
2020.05.11 -
**[시가 있는 월요일] 서울대병원서 바라본 일몰**
서울대병원서 바라본 일몰 ◎배교윤◎ 동지 전 짧아진 길 마로니에 공원을 서성거리다 서울대병원 오랜 수령의 은행나무 위로 붉어지는 일몰의 하늘을 바라본다 저물 때만 잠시 아름다운 착시에 몸을 기대는 시간 꽃이 피었다 진 수척한 꽃대도 지는 해를 바라보던 나도 한순간 바람에 ..
2020.05.04 -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111>버드나무 길**
버드나무 길 ◈박용래◈ 맘 천근 시름겨울 때 천근 맘 시름겨울 때 마른 논에 고인 물 보러 가자. 고인 물에 얼비치는 쑥부쟁이 염소 한 마리 몇 점의 구름 紅顔의 少年같이 보러 가자. 함지박 아낙네 지나가고 어지러이 메까치 우짖는 버드나무길. 마른 논에 고인 물. ―박용래(1925~1980) .....
2020.04.27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상수리나무**
상수리나무 ○안현미○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날 배봉산 근린공원에 갔지 사는 게 바빠 지척에 두고도 십 년 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그곳 상수리나무라는 직립의 고독을 만나러 갔지 고독인지 낙엽인지 죽음인지 삶인지 오래 묵은 냄새가 푸근했지 스스로를 용서할 수..
2020.04.24 -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110>차가운 신발**
차가운 신발 ◇백무산◇ 쿵 소리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침 현관문을 여는 순간 지난 저녁 어스름에 서쪽으로 난 창에서 들리던 소리 새 한 마리 마루 밑 내 신발 위에 피 흘리고 누워 있다 새가 뛰어든 곳은 붉은 노을 속인데 자신이 부닥친 것은 바로 자신 안쪽의 나는 이미 나에게..
2020.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