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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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화-한바탕 당신**
한바탕 당신 ㅡ 박이화 당신이라는 말 속에는 풍선껌 향기가 난다 사각사각 종이 관을 벗기자 얇고 반짝이는 은박지에 싸여 있는 당신, 그 희고 매끈한 몸이 곧 구겨질 은박지 속에서 꿈꾸듯 긴 잠에 빠져 있는 듯하다 이미 4만 년 전부터 죽은 이의 가슴에 국화꽃 다발을 얹었다는데 그 ..
2020.02.19 -
**장철문-봄날, 집을 보다**
⊙봄날, 집을 보다⊙ 봄날, 집을 보다 배밭에 바람 흔적이 있다 가지에 푸른빛이 돈다 흙바닥에 푸른 기가 있다 이런 날은 시를 읽어도 소용없다 햇살이 하늘뿐 아니라 이 몸통이나, 나무와 바윗덩이와 길을 투과하고 있다 없는 씨앗에서도 싹이 돋겠다 아내도 햇살 핑계로 누굴 만나러 ..
2020.02.17 -
**한명희-꽃 중의 꽃**
J. P. Egide Martini (1741 - 1816) 사랑의 기쁨 Plaisir d'amour, for voice & piano (or orch) 꽃 중의 꽃 ㅡ한명희 요새는 벌도 나비도 다 내 것 같구나 잠시 앉았던 벌 나비는 물론이고 날아가는 것들마저 다 내 것 같구나 한 번 꺾이었다 다시 피어났더니 못 잡을 벌 나비 하나 없구나 쳐다보지도 않고 날아..
2020.02.12 -
**반칠환-호수의 손금**
피아니스트 전수연의 '하늘호수' 호수의 손금 ㅡ반칠환 얼음 호수가 쩌엉 쩡 금간 손바닥을 펴보이자 수십 마리 오리들이 와글와글 엉터리 수상을 본다 걱정 말우 봄 부터는 운수 풀리겠수 쩌억 쩍 얼음에 달라붙는 제 물갈퀴 발금의 시린 소망이겠지 ------------------------------------------------..
2020.02.11 -
**최동호-구름 시집**
구름 시집 늙은 구름은 지상에 떠도는 비통한 인간의 울음을 끌어 올려 하늘에 쌓아 놓은 검은 활자들의 방대한 시집이다 때로 늙은 구름에선 지상의 언어에 담겨 세상의 빛이 되고 싶은 묵은 활자들의 구시렁거리던 소리가 메아리치기도 한다 인간의 눈물로 늙은 구름은 몇 겹의 생을 ..
2020.02.10 -
**조철형-눈 오는 날**
눈 오는 날 ⊙조철형⊙ 눈 오는 날 카페에서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은 나의 심장을 쾅쾅 밟고 갔느니 그 큰 두눈에 그렁그렁 눈물달고 빨간 코트에 하얀꽃 송이송이 얹어 오시려는 님아 오늘처럼 눈 오는 날 우리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할까 그냥 펑펑 울어 버릴것 같다. 2020-0210 http://blog.daum.n..
202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