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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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109>지비(紙碑)**
지비(紙碑) ◇이상◇ 내키는 커서 다리는 길고 왼다리 아프고 안해 키는 작아서 다리는 짧고 바른 다리가 아프니 내 바른 다리와 안해 왼 다리와 성한 다리 끼리 한 사람처럼 걸어 가면 아아이 夫婦는 부축할 수 없는 절름 발이가 되어 버린다 無事한 世上이 病院이고 꼭 治療를 기다리는 ..
2020.04.13 -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108]부유**
부 유 ◇이기인◇ 보리밭 위로 나비의 왕진 가방이 뒹굴었다 옥상에는 물탱크를 암자처럼 올려놓았다 뒤뜰은 노랑으로 새어나와 초록으로 이어졌다 삽자루는 돌멩이 옆구리를 뒤적거리고 소 발자국은 근처 홀씨를 건드리고 팔베개를 한 바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배나무 집의 나무는 빚..
2020.04.08 -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나물 파는 보살 할매**
나물 파는 보살 할매 ◇전인식◇ 얇은 봄 햇살도 머리에 이면 무거운가 보다 시끌벅적 사람들 소리 요란한 시장 어귀 한 보따리 봄나물 펼쳐 놓고 고갯방아를 찧는 할머니 나물 팔 생각은 아예 잊어버리고 꿈속 극락 미리 다녀오시는 모양이다 할머니 대신 파릇파릇 눈을 뜨고 있는 저 봄..
2020.04.03 -
**[시로 여는 수요일] 키다리 풍선 인형**
키다리 풍선 인형 ◇김중식◇ 신장개업 음식점 앞에서 바람 잔뜩 들어간 키다리 풍선 인형이 미니스커트 아가씨와 함께 관절 꺾는 춤을 추고 있다 기마 체위로 오르내리는 식은 불꽃 순대를 꿈틀거리며 스텝 없이 몸부림만 있는, 흥분하지만 표정이 없는 에어 댄서 무릎 꿇었다 화들짝 ..
2020.03.25 -
**[시가 있는 월요일] 인간은 자주 쓸쓸하다**
인간은 자주 쓸쓸하다 ◇박은정◇ 오후에는 지하상가 계단에 앉아 스피커에서 나오는 유행가를 들었다 저녁의 한가운데 모르는 대문 앞에 머물다 저녁보다 먼저 저문 마음을 두고 왔다 몇 년 만에 눈이 내렸다 장갑을 버리고 귀를 막으면 누구도 나를 찾지 않아 괜찮았다 언 담벼락을 돌..
2020.03.23 -
**장철문-연두생각-춘화첩**
연두생각-춘화첩 ◇장철문◇ 다시 올까? 썩은 가지는 떨어져 부서지고, 목이 없는 해바라기 대궁 지퍼를 목까지 끌어올리고 발아래 부서지는 서릿발 장다리 꽃필까? 얼음 박인 봄동 밤나무 가지에 비닐 걸려 날리고, 다시 싹틀까? 저수지 살얼음 위에 날리는 눈발 물오를까? 뒹구는 새의 ..
2020.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