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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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호-텃밭이 주는 행복**
텃밭이 주는 행복 ◇윤중호◇ 새벽마다, 오릿길 텃밭을 다녀옵니다. 하지 감자 웃자란 순을 떼어내고 엇갈이배추를 솎습니다. 토마토가 탱글탱글 여물어가고 고추가 고추만 하게 대롱거리는데 며칠 전 뿌린 열무가 땅을 들썩이며 움쑥 솟았습니다. 거둔 완두콩으로 아침을 지어 먹었습..
2020.03.18 -
**윤이산-늘봄**
Autumn-Tol & Tol 연주 늘 봄 ◇윤이산◇ 맞은편에서 남녀 한 쌍이 걸어온다. 잡은 손을 흔들며 걸어온다. 두 사람이 한 덩어리가 되어 걸어온다. 흔들리는 두 손의 리듬에 맞춰 절름거리는 남자의 다리가 발림을 넣으며 따라온다. 공원 산책길이 이팝 꽃을 뿌려 주고 명지바람도 거든다. 얼핏 ..
2020.03.11 -
**김사인-미안한 일**
미안한 일 ― 김사인(1956~ ) 개구리 한 마리가 가부좌하고 눈을 부라리며 상체를 내 쪽으로 쑥 내밀고 울대를 꿀럭거린다. 뭐라고 성을 내며 따지는 게 틀림없는데 둔해 알아먹지 못하고 나는 뒷목만 긁는다 눈만 꿈벅거린다 늙은 두꺼비처럼. ..............................................................
2020.03.09 -
**이창수-봄의 동력**
*봄의 동력* ㅡ이창수 매화나무에서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울타리에 가지 무성한 매화나무 벌들이 구름화물에서 날라 온 석탄 퍼붓고 있다 겨울에 어머니는 고운 옷을 입고 화장하고 외할아버지 곁으로 아주 떠났다 겨울에서 봄까지 나는 아주 쓸쓸해져서 어머니 없는 골목에서 ..
2020.03.04 -
**이수복-봄비**
봄비-박인수 봄 비 ―이수복(1924~1986)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
2020.03.02 -
**성명진-다정**
다정 ㅡ성명진 문이 열려 있었는지 부엌 안으로 박새 하나가 부리나케 들어왔다 다음 날에 또 들어와 숨을 할딱였다 할매는 눈길도 주지 않고 한 입 소리도 내지 않고 저번 때처럼 부러 문을 열어 둔 채 부엌을 나갔다 가난한 부엌 살림살이가 밖에 비쳐나는 동안 낮 끼니가 가만히 들고 ..
2020.02.26